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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탈모

하늘을 향해 뻥 뚫려 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노천극장과 야외극장은 그 어감이 다르다. 노천이라 함은 덮을 수 없어서 뚫려 있는 그래서 대책 없는 극장으로 느껴진다. 반면 야외극장은 조금 품위가 있는 듯하다. 말하자면 덮을 수도 있지만 일부러 덮지 않았으니 싫으면 다른 데 가 보라는 배짱을 부리는 기세가 엿보인다.

 

말이 다를 뿐이지 사실은 이 둘이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야외극장으로 불리는 경우는 초창기 연극과 관계가 깊다. BC 5세기경 그리스에서는 연극 상연이 곧 국가적 행사였던 관계로 극장의 수용 규모가 수만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였다. 연극 초창기뿐 아니라 17세기 초 옥내 극장의 형태로 바뀌기 전까지는 야외든 노천이든 그 표현이야 어떻든 그렇게 놀이의 장(場)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에는 야외극장이 좀더 세련된 모습으로 단장을 하여서 그런 환경에서도 공연이 자주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전으로 그 것도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옥내공연장 흔히 극장이라 불렸던 옥내 공연장이 주류였다. 공연장의 구실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들 극장은 무대가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둡고 음습한 기운마저 도는 그 공간에 대한 추억은 사실 후한 점수를 주기에 망설여진다.

 

그런데 그 극장에서 봤던 것 중에서 지금도 또렷이 기억에 남은 것은 무대 양 켠에서 불을 밝혔던 두 개의 단어다. ‘금연’과 ‘탈모’. 극장 안으로 들어서면 깜깜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그 불빛은 예외란 듯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문제는 어린 나이에 봤던 그 두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점이다. 그 두 단어 중에서 먼저 해독이 됐던 것은 ‘금연’이었다. 그런데 늦게까지 해독이 되지 않는 단어가 바로 ‘탈모’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금연이란 단어는 비교적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여서 쉽게 그 뜻을 이해하지 않았나 한다.

 

‘탈모’는 그에 비해서 극장 등의 실내에서나 적용되는 단어였다는 점이 해독을 어렵게 하지 않았나 한다. 그와 더불어 ‘탈모’는 탈모(脫毛)가 하나 더 있어서 헷갈리기도 햇겠다는 생각이 든다. ‘탈모’란 말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요즈음 야외극장에서 실내극장의 추억이 떠오르다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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