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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학문의 윤리

황우석사태를 바라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 없다. 한국학문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황우석박사의 업적이 각종 조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높고 그 것만으로도 엄청난 업적이다. 그런데 조급함 마음에 학문적 윤리를 지키지 못하고 조작하여 논문을 씀으로서 나락에 빠졌다.

 

다른 분야에서도 학문적 윤리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유적에 대한 결론이나 복원에 있어서도 자료가 불충분함에도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흔하다. 미륵사지의 동탑이나 풍남문의 경우에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상태로 복원하여 원상태와 다른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후백제의 유물이라고 주장되는 것도 아직 후백제의 것인지 자료가 불충분한 상태이다.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서도 학문적 윤리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여론조사 같은 경우 엄격한 표본추출법을 사용하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로 조사하여 결론을 내린다. 통계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유도하는 질문으로 설문지를 만들기도 한다. 통계의 결과도 마음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논문을 쓰면서 조사하지 않은 자료를 마치 자기가 조사한 내용인 것처럼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일이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이들이 그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은 서로 눈감아 주고, 다른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라 그냥 믿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료의 날조나 엉터리 논리나 엉터리 결론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끼리 서로 날카롭게 감시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인연으로 얽매여 있어 이게 쉽지 않다. 특히 좁은 사회일수록 감시가 더욱 어렵다. 더구나 지역이나 국가를 빛내는 결론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잘못된 주장이 그 지역이나 분야에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학문은 지역이나 국가를 빛내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일차적인 목표는 진리다. 학자들은 보다 엄밀하게 진리의 규칙을 지켜야 하며 또한 서로 다른 전문가가 그 규칙을 지켰는지 엄격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러한 규칙을 지키지 않은 잘못된 결론은, 황우석사태처럼, 결국 국가나 지역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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