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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고리사채에 허덕이는 농민

임상훈기자(사회부)

화창했던 주말, 고창군에서 어두운 얼굴의 농민을 만났다.

 

땅을 빌려 채소농사를 짓고 생산한 채소를 팔아 다시 빚을 갚는, 다람쥐 쳇바퀴를 수십 년째 돌아 왔다는 이 농민이 진 빚은 농협에 3000만원, 사채업자에 1억여원으로 모두 1억3000여만원.

 

고리사채업자에게 1000만원을 빌리면 속칭 ‘꺾기’로 100만원 선이자를 떼여 사실상 900만원을 빌린 꼴이다. 게다가 보름마다 10%의 이자가 붙는다.

 

연이율 260%가 넘는 고리사채에 기댄 것은 과다채무자인 이 농민에게 제도권금융 어느 곳도 대출을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농촌의 특성상 농협에서 대출길이 막히면 이웃들도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농민은 설명했다.

 

살인적 이자율이지만 부인과 밤을 새며 농사를 지어 적잖은 돈도 만져봤다는 이 농민은 지난해 가을을 끝으로 농사를 접게 될 위기에 처했다.

 

채소 값이 급등하던 지난해 가을, 사채업자에게 3000만원을 빌려 농사에 나섰지만 추석 뒤 끝 모르고 곤두박질치는 채소 값에 결국 수확마저 포기했다. 당연히 사채업자에게 돈을 갚을 수 없었고 이자는 불어만 갔다. 사채업자는 돈을 갚으면 돌려주겠다며 이 농민의 생계수단인 트럭마저 가져갔다. 한번 막히면 헤어날 수 없는 고리사채의 틈바구니에서 고생하며 수년을 버텨 온 이 농민에게 더 이상 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현행 대부업상 이자율 상한선인 연 66%의 4배가 넘는 고리사채, 불법추심 등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할 것을 권했지만 농민은 한사코 거부했다.

 

“하나밖에 없는 돈 빌릴 곳”이라는 이유였다. 뻔히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사채에 기댈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농민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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