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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국(麴)선생

백성일(수석논설위원)

인간의 역사를 술의 역사라해도 과언은 아닐성 싶다."이 나라 사람들은 떼를 지어 모여서 노래와 춤을 즐기며 술을 마시고 노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술잔 돌리는 것은 '행상(行觴)'이라고 부른다.춤은 수십명이 모두 일어나 뒤를 따라가며 땅을 밟고 구부렸다 치켜들었다 하면서 손과 발이 서로 장단을 맞춘다."진(晉)나라 진수(陳壽)가 편찬한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묘사된 삼한 사람들의 모습이다.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대부터 술과 춤을 즐겼다.

 

세계 각국은 그 나라 자연 환경에 맞는 술들을 빚어왔다.각 나라마다 특색 있는 술 문화가 정립 발전돼왔다.우리나라도 삼한시대 이래로 전통적인 비법을 간직한 술들이 빚어져 왔다.조선시대에는 수백여 종에 달하는 술들이 있었다.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전통주는 급속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일제가 가정에서 빚는 향토주를 밀주로 단속하면서 전통주 명맥이 끊기게 됐다.최근들어서 전통주 제조허가가 풀리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다시 제조되기 시작했다.

 

우리 조상들이 즐기던 가양주(家釀酒)는 요즘 술처럼 맛이나 향이 없고 알코올 도수만 높아 조금만 마셔도 금새 취하는 그런 술이 아니었다.그 맛이 매우 달고 부드러우며 과일 향기와 같은 깊은 향이 나는 방향주였다.깊고 순한듯 하면서도 은근하게 올라오는 취기로 인해 흥취가 절로 났다.숙취가 없고 빨리 깨고 뒤끝이 깨끗하기 때문에 요즘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전통주를 빚는데는 누룩이 생명이다.고려 고종때 지헌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가전체 설화인 국선생전(麴先生傳)에 술을 의인화해서 당시의 사회상을 비판한 내용이 나온다.

 

동문선(東文選)제 100권에 실려 있는 이 작품에는 국성(麴聖)의 벼슬이 높아지고 임금의 총애를 받자 사람들은 그를 국선생이라 불렀다.그의 아들들이 아버지의 힘만 믿고 방자하여 비난을 산 결과,국성은 서민으로 떨어졌다.그러나 다시 기용되어 공을 세우고 잘 살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 작품의 등장인물과 지명등은 모두 술과 연관된 한자어를 골라쓴 것이 특징이다.전주시가 전국에서 최고의 국(麴)선생을 뽑는다고 한다.전통주를 잘 빚어내는 명인 발굴의 등용문이 됐으면 한다.

 

/백성일(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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