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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단사표음(簞食瓢飮)

중국 동진때 갈홍(葛洪)이 쓴 포박자(抱朴子)에 명선결기(鳴蟬潔飢)란 말이 나온다.매미는 굶더라도 깨끗함을 위해 더러운 것은 먹지 않는다고 했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에서 부정을 저질러 영어의 몸이 된 사람들이 많다.배울 만큼 배웠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올랐던 사람들이 검은 유혹에 빠져 결국 추풍낙엽 신세로 전락한 사람이 한 둘 아니다.

 

성호 이익은'가난은 선비의 일상'이라고 했다.가난은 선비에게는 당연하다는 말이다.그러나 선비가 꼭 벼슬이 없거나 가난한 유자(儒者)만을 뜻했던 것은 아니다.조정에서 벼슬했던 사람도 그 처신에 따라 선비를 뜻하는 진유(眞儒)와 권력과 이익을 좇는 속유(俗儒)로 나눠졌다.율곡은 선비는'때가 되면 나가서 도를 펼치고 돌아와서는 학문을 닦는다'고 했다.벼슬길에 올랐다고 임금의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철학대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안중근 의사가 여순감옥에서 쓴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 오늘따라 더 가슴에 와 닿는다.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치라고 했다.이 글귀는 정당하게 얻은 부귀가 아니면 취하지 말고 나라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견위치명(見危致命)과 같다.

 

다산은 공직자를 세 등급으로 나눴다.청백리는 자기 봉록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심지어 먹다 남은 것도 집에 가지고 가지 않는다고 했다.퇴직 후에는 다만 채찍 하나만 쥐고 돌아 간다고 했다.그 다음으로 자기의 봉록 이외에도 그 명목이 정당한 것은 먹고 적당하지 않은 것은 먹지 않으며 그가 먹다 남긴 것도 집으로 가져간다고 했다.최하급자는 그 명목이 정당하지 않은 것도 마구 먹는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청렴 강직해 남의 것을 조금도 건드리거나 탐내지 않는 추호불범(秋毫不犯)을 생각지 않을 수 없고 물이 밑바닥까지 맑듯 지극히 청렴한 철저징청(徹底澄淸)도 생각지 않을 수 없다.그리고 목이 말라 견딜 수 없어도 도천(盜泉)이란 샘물은 마시지 않았다는 공자님의 갈불음도천수(葛不飮盜泉水)도 한번쯤은 깊이 생각할 때다.나라가 힘들 때는 공직자가 바로 서야 한다.하나의 도시락과 한 표주박의 물(一簞食 一瓢飮)만 있어도 족할 수 있는 공직자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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