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심한 편이다.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고 서늘하다. 한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요즘이 연중 제일 좋은 날씨다. 그야말로 천고마비라는 말이 실감난다. 새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두둥실 떠가고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녁이 아름답다. 늦여름부터 피기 시작한 코스모스가 바람결에 한들거리며 반갑게 길손을 맞아준다. 꽃바람 여인마냥 상냥하기 그지없다.
단풍이 남하하면서 전국 산하가 서서히 붉게 물들어 간다. 금수강산이란 말이 절로 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넘쳐난다. 옷 사이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결이 귓볼을 간지럽힌다. 눈길을 돌려 보면 아름다운 곳이 널려 있다. 정읍시 산내면 섬진강변에 자리잡은 구절초 테마공원은 대표적인 가을 명소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교교한 달빛 아래 더욱 환한 구절초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마치 소금 뿌려 놓은 것처럼 보이는 메밀밭보다 더 환하다.
지평선 축제가 열리는 김제시 농촌지역의 코스모스 꽃길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유행가 노랫말처럼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한낮의 따가운 햇빛을 피하려 부안 내소사에 이르면 전나무 숲길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로 기분이 한결 상큼해진다. 스트레스 물질에 대한 치유력이 강하다는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뿜어대는 편백나무 숲은 전주 조경단 뒷편에도 널려 있다.요즘이 산림욕 하기에 제격이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 가장 활발한 여름철에 산림욕을 하는 것 보다 요즘같은 철과 봄에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로 이를 마시면 스트레스 해소,심폐기능 증진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주 완산칠봉 아래의 삼나무 군락지도 산림욕 하기에 좋다. 눈길을 밖으로 돌리면 고창군과 경계에 있는 전남 장성군의 축령산자연휴양지를 빼놓을 수 없다. 축령산의 금곡마을은 영화 태백산맥 촬영지로 더 알려져 있다. 지리산 뱀사골 계곡을 따라 정령치와 성삼재에서 내려다 보는 조망은 후련하기 그지없다.
금강하구둑과 부안 줄포만의 갈대 숲은 정겨움 그 자체로 낭만에 젖게 한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도 환한 가을 햇살을 머금으면서 아름다움을 맘껏 뽐낸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마시러 떠나보면 어떨까.
/백성일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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