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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후보 TV토론 - 이경재

미국 정당 후보간 최초의 TV토론은 1960년 민주당 케네디와 공화당 닉슨 간의 토론이다. 당시 토론내용을 라디오로 청취한 사람은 닉슨이 잘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TV로 시청한 사람은 케네디를 선호했다. 젊고 역동적이며 잘생긴 용모에다 재치있는 언변을 구사한 것이 시청자들한테 먹혀들었다. 이른바의 '화면 빨'의 위력이다.

 

우리나라의 첫 TV토론은 1995년 6.27지방선거였지만 본격화된 건 1997년 12월18일 제15대 대통령선거였다.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TV토론의 원년이다. 세차례 열린 합동토론회는 5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관심을 끌었고 성공적이었다. 한국언론연구원의 조사 결과, 지지후보를 결정하는데 유권자 63.8%가 TV토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고 선거기간에 지지후보를 바꾼 계기도 유권자의 50%가 TV토론을 꼽았다고 응답했다.

 

TV토론의 장점은 후보와 접촉하기 어려운 유권자들이 후보의 정치적 능력을 직접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경쟁 후보들 간의 질문과 논쟁을 통해 자질과 정책을 동등 비교함으로써 후보간 우열을 판단, 지지후보를 결정할 수 있게 도와 준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능력이나 정책 등의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표정· 말솜씨· 순발력 등의 사소한 단서나 피상적인 이미지에 의해 후보 우열이 가려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내용보다는 겉모양이 매력적으로 포장돼야 하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더 치중하게 된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사마다 후보 초청 TV토론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런데 심층적인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만을 나타내는 시청자들이 많다. 핵심을 거드리지 못한 채 가지 수만 많은 질문과 심층성이 떨어지는 답변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재미도 없을 뿐더러 우롱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TV토론이 유용하려면 양파 껍질 벗기듯 후보들의 겉모습을 벗겨내 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후보들끼리 침 튀기는 설전이 이뤄져야 한다. 기계적인 질문 답변의 틀에서 벗어나 후보들의 '질문 답변시간 총량제' 등을 검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보도 얻을 수 없고, 후보 우열도 가릴 수 없는 토론이라면 전파낭비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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