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게 정치판이라 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기도 한다.
중국의 유방과 한신이 그랬고, 로마의 시저와 브루투스가 그랬고, 정몽주와 정도전이 그랬다. 또 한국 현대사를 주름잡았던 이철승과 김대중 김영삼도 그런 관계였다.
이런 예를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보게 된다. 정동영과 장세환 송하진 김희수의 관계가 그렇다. 이들은 전주고 48회 동기동창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 이들 중 둘은 현직 국회의원이요, 또 둘은 전주시장과 도의회 의장이다. 서로 막역한 사이로 특히 김 의장은 송 시장 결혼식때 사회를 볼 정도로 가까웠다.
그러던 것이 정치판에 뛰어 들면서 미묘한 관계로 변했다.
이번 6·2 지방선거만을 보자. 며칠전 무소속으로 전주시장에 나온 김희수 후보는 '정동영 의원, 왜 그렇게 사십니까?'란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김 후보는 정 의원을 향해 "은혜를 원수로 갚는 대한민국 배신 정치의 대명사"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40년 친구이자 16년간의 정치적 동반자 관계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지구당 위원장과 사무국장으로, 대선후보와 전북 선대본부장으로 한 배를 타고 순항해 왔다. 지난해 4월 전주 덕진지역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는 김 후보가 '해당행위'를 감수하면서 무소속인 정 의원을 도왔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정 의원은 이번 민주당 전주시장 경선에서 김 후보를 지원했다. 직접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뜨겁게 격려했다. 또 지방의원 출마자들에게 "우리는 한 식구다. (김희수를) 밀어주라"고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정 의원은 김 후보가 민주당 경선을 둘러싸고 송 시장과 대립, 탈당하자 이번에는 송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장 의원은 송 시장을 부도덕한 인물로 몰아세웠다. 송 시장이 정세균 대표를 두차례 찾아가 경선방식을 바꾼 것을 "지역 국회의원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 뒤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또 장 의원은 정 의원이 잘 나가던 시절, 공천에 힘이 돼 주지 못한 것을 섭섭해 했다. 반면 정 의원의 재선거 당선에 대해 초기 복당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이들의 얼키고 설킨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정보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정치판의 논리가 먼저인 것 같아 씁쓸하다.
/조상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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