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현재보다 높이 오르려는 상향(上向)의식이 무척 강한 반면에 그 반대인 하향의식은 철저히 무시된다. 조선 사회에서 정일품 벼슬인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을 하던 사람이 정 이품 벼슬인 판서(判書)를 한 사람은 없다.이품 벼슬을 하다가 삼품 벼슬인 관찰사로 나간 사람도 없다.
옛날에 도살을 생업으로 삼았던 백정(白丁)은 가장 천대받는 직업이었다. 백정은 한 마을에서도 같이 살수가 없어 강 밖이나 외딴곳에서 격리된채 살았고 옷차림새나 머리 모양도 여느 평민과도 다르게 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자존심은 있었으니 소 돼지는 잡아도 개는 안 잡는다는 것이다.
개 잡는것을 자기보다 낮은 업으로 가정하고 그 단계를 쳐다보지 않는다는 식이다. 하향 거부 의식이다. 그러나 서양은 상황에 따라 현재 자기 위치보다 낮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을 결코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다. 프랑스의 휘오르 수상은 나중에 한단계 낮은 문교부 장관으로 일한 적이 있다. 프랑스의 지스 가르댕 대통령, 역시 나중에는 그의 고향에서 시장으로 고향발전을 위해 일한적이 있다.
영국의 흄 수상도 10년 후에는 외상(外相)으로 명성을 날렸다. 일본에서도 우리와는 달리 내각 총리대신 이었던 가쓰라 다로가 외무대신으로 하향했던 적이 있으며 안중근 의사한테 죽음을 당한 '이토 히로부미' 역시도 총리 대신이었으나 한단계 낮은 조선 총독으로 하향했다.
우리나라는 전직 국회의원이 그들의 고향에 사는것 조차 꺼리고 서울에만 거주하는것도 주거지의 상향 의식이다. 그러나 이번 6. 2 지방선거에서 하향의식의 미미한 태동도 있었다. 어느 시의원이 자기가 속한 정당으로 부터 공천을 받지 못하자 한단계 높여 도의원에 출마하여 낙선하는 경우가 전형적인 상향 의식이라면 과거 도의원에 낙선했던 사람이 이번 지방선거에는 한단계 낮추어 시의원에 출마했던 경우는 하향 의식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 까지 한 사람이 지방의원에 나서겠다고 했던것도 하향의식의 발로(發露)이다. 앞으로도 고향 발전을 위해서라면 전직 국회의원들도 도의원 시의원 출마도 괜찮은 하향 의식이리라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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