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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건지산(乾止山) - 조상진

전주 건지산은 해발 100m도 안되는 야트막한 산이다. 소나무 숲길 사이로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산자락에는 문화·체육시설 등이 들어서 전주 서북부의 문화중심지가 되었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며 체련공원, 전주 동물원, 전북대 병원 등이 감싸고 있다. 그리고 덕진공원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건지산은 역사적·풍수적으로 중요한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조선왕조의 발상지로서 전주의 정체성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두 가지 점에서 접근해 보겠다. 하나는 건지산이 전주의 주산(主山)인가 하는 점이다. 건지산은 오랫동안 전주의 주산 또는 진산(鎭山) 노릇을 해 왔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호남읍지, 완산지, 전주부사 등에 일관되게 기록된 사실이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풍수학자 최창조 교수다. 최 교수는 여러 근거를 들어 전주의 주산은 건지산이 아니고 기린봉이어야 맞다고 주장한다. 건지산은 주필산(갈라진 줄기가 많아 氣가 분산된 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풍수지리 이론이나 지역의 상징성, 공간구조 등을 들어 그렇게 설명한다. 김두규 교수(우석대)도 여기에 동의한다.

 

또 하나는 조경단에 관한 문제다. 건지산이 조선왕조에서 성역화된 것은 조경단(肇慶壇)과 관계가 깊다. 조경단은 전주이씨의 시조인 이한(李翰)의 묘를 모신 곳이다. 태조 이성계는 그의 21세손이다.

 

조경단 건립은 당초 이한의 묘가 건지산 기슭에 있다는 구전을 바탕으로 영조 대에 논의되었으나 묘역을 찾지 못해 중단되었다. 다만 감독관을 두어 건지산 일대에 푯말을 박고 사냥과 땔감 채취를 금하였다. 그러다 국운이 기울기 시작한 고종 대인 1898년에 결실을 맺게 된다.

 

이같은 건지산과 관련된 논의가 제11회 전주학 학술대회에서 제기되었다. '조선왕조와 전주'라는 주제로 열린 대회에서 토론에 나선 이욱씨(서울대 규장각)가 흥미있는 지적을 내놓았다.

 

전주가 풍패지향으로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영조 대이며 조선 초기만 해도 건지산에 대한 이해, 시조 무덤, 태조와 목조의 유허지에 대한 신화 등이 없었다는 것이다. 관찰사와 지역민들이 나서 이러한 것을 생성하고 전승시키고 역사적 사실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친근한 휴식처인 건지산의 숨결이 예사롭지 않은듯 하다.

 

/조상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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