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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쩐(錢)' 인사 - 이경재

'기름 먹인 가죽이 부드럽다'는 말은 뇌물을 써서 통해 놓으면 일 하기가 수월하다는 뜻이다. '코 아래 진상(進上)이 제일이라' 는 속담도 있다. 환심을 사려면 먹이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쇠먹은 똥은 삭지 않는다'는 격언은 뇌물을 쓰면 효과가 있다는 뜻이고 '진상 퇴물림 없다'는 말은 갖다 바쳐서 싫어하는 사람 없다는 말이다. 뇌물을 빗댄 비유가 촌철살인이다.

 

뇌물은 기원전 고대 이집트 시대 때부터 이미 사회의 골칫거리였다. 당시 이집트 왕조는 뇌물을 '공정한 재판을 왜곡하는 선물'로 규정하고,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선물을 살포하는 행위를 단속했다고 한다. 뇌물의 시초다.

 

뇌물은 어떤 직위 또는 권한이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적인 일에 이용하기 위해 건네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뇌물을 주고 받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법과 규모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교육계가 일부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김승환 교육감 당선자는 이와관련 "제 인생 자체가 파멸로 간다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을 비웃듯 며칠만에 또 비리가 터졌다. 초등학교 행정실장이 도 교육청에 전보되는 댓가로 수천만원을 뜯긴 사건이다. 단지 하나의 사례일까? 전보-승진-근평-장학사 임용 등 인사에서 "돈 아니면 안된다"는 소문이 쫘악 퍼져 있다. '쩐인사(錢人事) 대천명'인 셈이다.

 

인사비리는 서울시교육청의 '여 장학사 하이힐 폭행사건'이 없었더라면 묻힐 뻔 했다. 사실상 '내부고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사비리를 없애기 위해 청탁배격, 불이익, 언론공개 등의 대책이 나왔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방책은 없을까? 부패방지법이 보장하고 있는 내부고발을 확대하고 장려하는 게 그나마 해답일 것 같다. 경기도가 올해 전국 처음으로 도입한 '익명 내부 고발제'를 시행하면 어떨까. 내부 인터넷망에 접속하면 곧바로 외부업체에서 관리하는 프로그램에 연결되고 입력된 내용은 신고자 노출요소를 제거한 뒤 감사관에 메일로 전해지게 된다. 익명성을 보장하면서 내부고발사항을 객관적으로 처리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악의성, 음해성 비방을 이유로 반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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