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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가인(街人) 연수관 - 조상진

정부 수립 초기, 카리스마가 강한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 사법부를 마땅치 않아했다. 판결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특히 헌법을 내세우며 원칙을 고수하는 김병로 대법원장이 대표적이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법조계 인사들을 만날 때면 "헌법 잘 계시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깎듯이 대하고 어려워 했다고 한다.

 

9년 4개월 동안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1888-1964)는 우리나라 사법의 뼈대를 세운 분이다. 그가 정치 권력으로 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고 추앙받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항일운동 경력이다. 가인은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맺어지자 순창에서 최익현의 의병에 가담했다. 또 100여 건 이상의 항일변론을 맡았다. 6·10 만세운동, 백두산 펑펑고을 화전민사건, 대구 학생 비밀결사, 광주학생사건, 안창호 변론 등이 그것이다. 그러기에 이승만 등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

 

둘째는 해박한 법률지식이다. 가인은 경성전수학교(서울대 법대 전신)에서 유일한 조선인 교원으로 그의 명강의는 유명했다. 명쾌한 논리와 방대한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또 법전편찬사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세째는 강직한 성품과 청렴한 생활이다. 공사(公私) 구분이 추상같았고 많은 일화를 남겼다.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서 법원 직원에게도 그렇게 할 것을 요구했다. 1957년 이임사에서 "전 사법 종사자에게 굶어 죽는 것을 영광이라고 그랬다. 그것은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명예롭기 때문이다"고 말할 정도였다.

 

대법원이 이러한 가인을 기려 그의 고향인 순창군 복흥면 답동리에 '가인연수관'을 세웠다. 심적산과 추월산의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담양호와 가인이 어릴 적 공부하던 낙덕정을 굽아보는 곳이다.

 

116억 원을 들여 1년 5개월만에 완공한 이 연수관은 8만303㎡(2만4291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시설은 객실, 세미나실, 강의실, 천연 잔디구장 등을 갖췄다. 판사와 법원 공무원들의 단체행사, 연수, 세미나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개관식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은 "가인은 법관의 인격수양과 청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가인연수관이 사법종사자들의 인격수양과 휴식에 요긴하게 쓰였으면 한다.

 

/조상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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