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서정주는 치매 걸린 아내(方玉淑)의 손톱 발톱을 10년 넘게 깎아주며 수발했다. 그리고 어디든 손을 잡고 다녔다. 밥도 먼저 푼 고봉밥을 아내 앞에 놓아주고 나중에 남은 밥은 자신이 먹었다. 부인이 2000년 10월 먼저 세상을 뜨자 시인은 곡기를 끊었다. 맥주로 연명하다 두달 뒤인 12월 부인의 뒤를 따랐다. 그때 나이 85세였다.
시인은 젊은 시절 부인의 속을 무던히 태웠던듯 하다. "나 바람나지 말라고/ 아내가 새벽마다 장독대에 떠 놓은/ 삼천 사발의 냉숫물"(내 아내)도 그중 하나다.
그가 임종했을 때 그의 옆에는 염주와 돋보기, 필묵과 함께 부인의 손톱을 깎아주던 손톱깎기가 놓여 있었다.
그에게 손톱, 그 중에서도 조반월(爪半月·손톱속 반달)은 신체중 가장 투명한 부분으로 성적 만족이나 그리움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에는 유난히 손톱이란 말이 많이 나온다.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자화상), 손톱에는 모싯물이 들어 있었지(기억), 손톱이 龜甲처럼 두터워 가는 것이 기쁘구나(엽서), 낯선 소녀의 손톱속의 반달을 보기 위해(내가 타는 기차), 손톱의 반달 좋은 처녀 하나쯤을(格浦雨中), 늙은 내 할망구의 손톱이나 이쁘게 깎아주자(늙은 사내의 詩) 등이 그것이다.
손톱은 보통 분홍빛으로 갈라짐이 없고 색깔이 균일해야 정상적이다. 모양이나 색깔이 변하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또 건강한 사람의 경우 엄지의 반달모양이 손톱의 1/4을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은 여성들 사이에 손톱 모양을 다듬고 색을 입히는 '네일케어'가 큰 인기다.
손톱은 개인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한달에 2-4.5㎜씩 자란다. 따라서 한달에 한 두차례 반드시 깎아줘야 한다. 6개월 정도가 되면 완전히 교체된다.
그런데 이러한 손톱손질이 최근 구설수에 올랐다. 민주당 전주 완산갑지구당 당직자들이 전주교도소 이전 문제로 송하진 전주시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송 시장이 손톱을 깎았다는 것이다. 신건 의원측은 자신을 무시한 결례라면서 발끈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6·2 지방선거를 둘러싸고 생긴 앙금이 재연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간 정치적 갈등이 손톱 손질로 옮겨 붙은 것 같아 씁쓸하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