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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독서 피서법 - 조상진

불볕더위가 한창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로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열대야로 고통스런 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때 가장 좋은 피서는 뭘까. 여유가 있어 외국여행에 나서거나, 시원한 리조트에 몸을 맡길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독서 피서가 어떨까 한다. 몸 하나 추스리기도 힘겨운데 무슨 공자님 말씀이냐고 할지 몰라도, 지나고 보면 이 보다 값진 피서도 드물 것이다.

 

굳이 선인들의 예를 들자면 조선시대 영명한 군주였던 정조를 들 수 있다. 요즘 TV드라마 '동이(同伊)'로 뜨고 있는 후궁 숙빈 최씨의 아들이 그다. 일득록(日得錄)에 따르면 그는 규장각 직제학에게 "더위를 물리치는 데는 독서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책을 읽으면 몸이 치우치거나 가울어지지 않고 마음에 주재(主宰)가 있어서 외기(外氣)가 자연히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개혁정책의 원동력이 독서였던 셈이다.

 

또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은 1만여 권의 책을 소장한 장서가였다. 그 역시 "독서로 피서하는 것이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한정록(閒情錄)에서 밝히고 있다.

 

현대의 성공한 CEO들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 경영 혁신의 대명사였던 삼성SDI 손욱 상담역은 자신이 독서광이면서도 '문사철(文史哲) 600권'이란 말을 들으면 스스로 반성한다고 말한다. 이는 문학서적 300권, 역사서적 200권, 철학서적 100권을 읽어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공학도였던 그가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일 것이다.

 

이메이션코리아 이장우 사장은 최소한 한 분야를 이해하려면 관련서적 100권, 또 전문가가 되려면 외국유학도 좋지만 1000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본격적인 독서 말고, 여름에는 장편소설류를 읽는 게 제격이 아닐까 싶다. 경험상 토지나 임꺽정, 아리랑, 혼불, 로마인이야기 등이 해당된다. 방에 콕 박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면 그만이다. 물론 처음에는 지루하고 짜증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견디다 보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불과 며칠 사이에 조선 여인네의 삶이며 수천년 로마의 역사속을 거닐다 온 느낌에 절로 행복해질 것이다. 누워서 보다 엎드려 읽다 졸리면 자고 또 깨어나 읽다 보면 어느 새 귀뚜라미 울음을 듣게 될 것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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