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었다. 곡식이 눅눅해지자 개미가 곡식을 말리고 있었다. 이때 배고픈 매미가 먹을 것을 달라고 찾아왔다. 개미는 이렇게 말했다. "여름에 먹을 양식을 미리 준비해 놓지 그랬니?" 매미가 대답했다. "노래 부르느라고 그럴 시간이 없었어." 교과서에 나오는 동화 속의 매미는 일은 하지 않고 한가하게 노래나 부르며 일생을 보내는 존재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매미를 후하게 평했다. "머리 모양새가 갓끈을 닮았으니 글을 안다는 것이고, 맑은 이슬만 먹고 사니 청빈하다는 것이고, 사람 먹는 곡식은 손대지 않으니 염치가 있다는 것이고, 굳이 집을 짓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사니 검소하다는 것이고, 철에 맞추어 읊음으로써 절도를 지키니 신의가 있다."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이처럼 매미에게는 문ㆍ청ㆍ염ㆍ검ㆍ신(文ㆍ淸ㆍ廉ㆍ儉ㆍ信)의 오덕이 있다고 했다. 임금이 정무를 볼 때 썼던 '익선관'은 날개 익(翼)에 매미 선(蟬) 자를 써서 매미의 나는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매미의 오덕을 구현하라는 뜻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매미 울음 소리가 요란하다. 수컷이 멀리 있는 암컷을 유인하거나 적을 위협할 때 운다. 목소리 큰 놈이 최고라는 말처럼 매미사회에서도 노래소리가 더 큰 것이 짝짓기를 더 많이 한다. 암컷매미가 수컷매미의 울음소리를 듣고 짝을 선택하는데, 수컷매미는 다른 매미보다 더 아름답고 큰 소리로 울어야 '찜'을 당한다. 한가하게 노래나 부르며 생을 즐기는 게 아니다. 매미 합창소리는 이런 치열성의 발로이다.
꽃매미(중국매미)가 확산되고 있다. 잘 울지도 않고 나무에 붙어 수액을 빨아들인다. 포도·복숭아 등 과일의 생육을 저하시키고 나무를 고사시킨다. 주홍빛 날개를 지닌 꽃매미는 2006년 천안의 포도재배 농민이 처음 발견했다. 이 농민은 당시 "너무 예쁘고 귀한 매미가 찾아 왔다"며 길조로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4년 새 발생면적이 8000배에 이를 정도로 번식력이 강해 이젠 강원·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꽃매미 공포에 떨고 있다. 공동방제라도 해야 할 판이다. '꽃뱀'이 어수룩한 사람 등쳐먹고 화사한 독버섯이 사람 잡는 것처럼 꽃매미가 농민을 울리고 있다.
/이경재 논설위원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