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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똥 이야기 체험 - 조상진

조상진 논설위원

흔히'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을 건강의 3대 지표라 한다. 이 가운데 '잘 먹고 잘 자는 것'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만 '잘 싸는 것'은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다. 또'잘 싸는 것' 즉 똥을 드러내 놓고 입에 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사돈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우리 속담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똥은 결코 더러운 게 아니다.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훌륭한 자원이요,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보물단지다.

 

똥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남은 찌꺼기지만 원래 음식물의 50% 정도에 이르는 영양분을 지니고 있다. 이는 생태계의 분해자들이 이용할 에너지가 충분히 남아 있음을 뜻한다. 더불어 똥은 건강을 체크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 어의는 매일 임금의 똥(梅花)을 통해 건강을 살폈다.

 

하루에 싸는 양은 배설 전 48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채식을 많이 하는 아프리카 농민들은 서구인들보다 4배가량 많은 양을 배출한다.

 

영국 과학자 데니스 버킷은 1971년 아프리카인의 식생활을 조사한 결과 성인병이 적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이 유명한 '식이섬유 가설'이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할수록 성인병이나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또 똥 오줌을 처리하는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성인의 경우 하루에 1.8리터 페트병으로 60여 개의 물을 써야 한다. 이는 총 생활용수의 27%에 해당한다.

 

이러한 똥을 교육하는'똥 이야기 체험 캠프'가 장수군 계남면 하늘소 마을에서 열렸다.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올해 세번째 캠프를 차린 것이다. 백화산 자락에 위치한 이 마을은 12가구로 이루어진 귀농 공동체로,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한 순환농법 시범단지다.

 

이곳에서는 소에게 배합사료가 아닌 풀을 먹이고, 풀 먹은 소가 눈 똥을 논밭에 다시 넣어 농사를 짓는다. 화장실도 수세식 화장실이 아닌 대소변을 구분해 모아 뒀다가 발효시켜 다시 밭으로 보내는 푸세식 화장실이다.

 

똥을 의미하는 한자말 분(糞)은 재미있다. 쌀(米)이 모양을 달리(異)한 것이다. 어찌 보면 똥은 곧 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치를 어렸을 때 부터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밥이 생명이라면 똥 또한 생명이니까.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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