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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지역축제 - 이경재

축제는 축(祝)과 제(祭)가 포괄적으로 표현되는 문화현상이다. 우리나라 축제의 원류인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등은 모두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나라 안 사람들이 모여 음주가무를 했던 일종의 공동의례였다. 천신에 대한 제사, 자연에 대한 감사, 흥겨운 놀이판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문화적 공감대와 일체감을 형성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로 들어오면서 이런 축제적인 전통을 잇지 못했다. 특히 일제하에서는 고유의 민속놀이가 미신행위로 간주돼 버려야 할 것으로 강제됐고, 해방 후에도 놀이는 조선시대 유교적인 개념으로 이단시되기도 했다. 축제는 6.25전쟁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위축됐다가 80년대 후반 들어 비로소 관심을 끌었고 민선시대 이후 급격히 늘었다.

 

문광부에 따르면 축제는 1996년 412개, 99년 793개였던 것이 2009년 말 현재에는 1,526개에 이른다. 95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전국의 자치단체 수가 240개에 이르니 자치단체 한 곳당 6.3개 꼴이다. 외국처럼 오랜 세월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자치단체들이 급조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1,526개 축제에 들어간 돈이 3,399억원이었다. 축제 한 개당 평균 2억2000만원 꼴이지만 수십억원이 들어간 축제도 상당수에 이른다. 모두 주민 세금이다.

 

축제의 계절이다. 청명한 가을날에 신명나는 축제마당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는 지역의 특색과 인심이 묻어나고 지역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좋은 수단이 된다. 축제는 지역사회 통합에도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또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정체성이 모호하고 천편일률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다른 지역이 하니까 우리도 하는 식의 그릇된 판단이 축제부실을 낳는다. 그러다보니 프로그램 내용도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많은 돈 들여 연예인 불러다 공연하고 단체장과 지역 유지들이 한마디씩 하는 개막식 행사도 판박이다.

 

최근 정부가 심사를 강화, 부실축제와 행사를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축제를 통한 문화의 재생산 기능보다는 주민 환심을 사기 위한 축제, 효과도 없는 축제, 자치단체 업적을 의식한 축제 만큼은 꼭 퇴출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 이경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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