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방귀'라는 유모어 한토막. 이승만이 방귀를 뀌었다. 장관이 말하기를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박정희가 방귀를 뀌었다. 박정희는 "그래, 내가 뀌었다. 어쩔래? 했다. 전두환이 방귀를 뀌었다. 장세동이 나서서 "각하, 제가 뀐 것으로 하겠습니다." 했다. 노태우가 방귀를 뀌었다. 노태우는 "네가 뀌었지?" 했다. 김영삼이 방귀를 뀌었다. 비서실장이 이르기를 "김대중이 뀌었대요."
오래된 버전이지만 대통령의 퍼스낼리티와 '예스맨' 부하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예스 맨'의 행태는 상관이나 오너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거나 용인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 유모어는 소통과 책임이 강조되고 수평적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되는 오늘날에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상징적 비유다. .
그런데 김완주 도지사가 주관한 전북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예스 맨'들이 많아 눈총을 산 모양이다. 계장 이상 300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주요 업무를 설명하던 서기관중 한 두명을 빼고는 모두가 마치 김완주 지사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아부성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지사님이 지시하신 대로…"가 판치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예스 맨'이 많거나, 상관이 자기 비위 맞추는 걸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면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폐해가 훨씬 크다. 창의성을 찾기 어렵고 일을 그르칠 때 조직 전체가 화를 입는다. 책임도 최고 책임자한테 직접 전가되고, 조직도 겉 다르고 속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른바 막스 베버 식의 '영혼 없는 공무원'들인 셈인데, 전북도를 움직이는 서기관급들이 이런 마인드로 무장돼 있다면 기대난망이다. 적어도 서기관급이라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 지사를 능가하려는 열정, 지사의 견해를 비판할 수 있는 능력, 시책을 피동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주민 눈높이에서 판단하고 지역실정에 맞게 적용하려는 의욕을 보였어야 했다. 일본만 해도 서기관급이면 자기 업무에 대해 책 한권 정도는 쓰는 열정을 갖고 있다.
권력기관이나 개인회사도 아닌 자치단체에서 조차 옛날 버전의 '대통령과 방귀' 문화가 연상될 정도라면 불행한 조직이다. 전북도가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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