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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엠바고 - 조상진

취재원, 특히 정부와 언론 사이에는 긴장감이 흐르는 경우가 많다. 비판적인 기사를 쓸 때 더욱 그러하다.

 

이 때 취재원과 기자 사이에서 보도 관행으로 확립된 게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와 '엠바고(embargo)'다.

 

오프 더 레코드는 '기록에 남기지 않는 비공식 발언'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보도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사실을 알려 주는 것이다.

 

이 '오프 더 레코드'가 등장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였다. 일종의 전시(戰時) 보도통제의 방편이었다. 당시 연합국사령관이었던 미국의 아이젠하워 장군은 북아프리카 작전 도중 시실리섬 침공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기자들이 이미 그 상륙작전을 눈치채고 있었다. 이것이 보도되면 낭패라고 여긴 아이젠하워는 기자들을 불러 놓고 사실을 공개했다. 그 대신 오프를 걸었다. 상륙작전이 성공할 때까지 기사화하지 말라는 조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익을 생각해 달라는 요구도 곁들여졌다. 기자들은 그의 요구를 존중해 약속을 지켰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서석재 전 총무처장관의 4000억 비자금설이 대표적이다. 당시 서 장관은 기자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 중 한 사람의 대리인이 나를 찾아와 가명계좌로 4000억 원이 있는데 2000억 원을 정부에 줄테니, 나머지 2000억 원을 보호해 줄 수 있겠는냐"고 묻더라는 것이었다.

 

이 말에 앞서 서 장관이 오프를 걸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중 한 기자만 이를 깼다. 다음 날 한 신문에 1면 톱으로 나온 것이다. 그 여파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엠바고는 취재원이 일정한 시점까지 보도자제를 요청하는 것이다. 당초 선박 입출항을 금지하는 뜻이었으나 언론에서는 '보도 시점 유예'로 사용된다. 유괴사건에서 어린이의 안전을 고려해 범인이 잡히거나 공개수사로 전환할 때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같은 엠바고가 이번 소말리아 '아덴만 여명작전'을 둘러싸고 관심을 끌고 있다. 청와대가 선원 구출작전과 관련, 엠바고를 어긴 미디어 오늘과 아시아 투데이, 부산일보에 등록취소·출입정지 등의 강도 높은 제재를 내렸기 때문이다. 과도한 제재라는 반론도 없지 않은듯 하다. 국익과 국민의 알 권리 에 대한 판단은 항상 어려운 문제다.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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