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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한자(漢字) 사용 - 장세균

한자교육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지난달 2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이 공청회는 한자로 된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가 대부분인 우리말의 특성과 동아시아의 긴밀한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한자교육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반면에 언어 순혈주의자들의 주장은 한자는 외국어이니 배척하고 한글만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현실속에서 우리말은 한자 대신 영어가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 한자 사용 2천년을 넘는 우리가 박정희의 한국식 민주주의 기치 아래 한자 사용을 배척 내지는 기피하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우리말의 어휘량과 어휘력이 현저히 줄었고 특히 동음이의어를 구분할수도 없게 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흔히 쓰는 '과소비'이다. 한문으로 적을 '과'(寡)'자를 써서 '과소비'라고 하면 적게 소비한다는 뜻이고 넘칠 '과(過)'자를 쓰면 우리가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뜻으로 많이 소비한다는 뜻이다. '방화자'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이다. 막을 '방(防)'자를 사용했을 때의 '방화자'는 화재를 막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지만 놓을 '방(放)'자를 사용했을 때의 '방화자'는 화재를 일으킨 사람을 말한다.

 

주로 사무실 문 앞의 팻말에 '방화책임자' 누구누구라고 쓰여 있는데 한자를 병기하지 않으면 이말은 화재를 일으킬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어 버려 우스워진다. 한자를 병용하지 않고 순전히 한글만 사용했을 때는 이런 우스운 모순이 수없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순수한 언어란 없는 법이다.

 

영어 역시도 외부로부터 많은 변화를 받는 가운데 라틴어도, 고대 그리스어도, 심지어 인도어도 끼어들었다. 그래서 풍부한 어휘를 자랑하는 오늘의 영어가 된 것이다. 그런데 한자(漢字)도 따지고 보면 중국의 글자가 아니라 우리 고대글자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초대 문교부 장관이었던 안호상 박사가 중국의 석학, 임어당씨를 만난 자리에서 한자가 어려워 국민들이 고통을 많이 겪고 있다고 하니까 임어당 박사 대답이 한자는 원래 중국 글자가 아니라 동이족인 당신 나라 글자인데 무슨 말이냐고 핀잔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자가 우리 고대글자라는 주장이 적지않게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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