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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전주 콩나물 - 이경재

전주가 자랑하는 음식 세가지를 꼽으라면 비빔밥과 한정식, 콩나물 국밥을 들 수 있겠다. 전주는 오래전부터 콩나물을 요리에 많이 이용했다. 전주에서 재배된 콩나물은 철분 함량이 많고 줄기가 통통하며 맛도 좋고 영양분이 풍부해 전주 8미(味)로 불렸다. 전주 8미를 이용한 대표적 음식이 콩나물 국밥이다.

 

술 마시고 속 쓰릴 때 찾는 해장국으로 북엇국이나 홍합탕 등 다양한 음식이 있지만 콩나물국만한 게 없다. 만들기 쉽고 숙취 해소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콩나물에는 아미노산과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콩나물에 관한 기록은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양나라 때 도홍경이 쓴 '신농본초경집주'(神農本草經集注)에 '황권'(黃券)이라는 약재가 등장하는데, '콩에서 나온 새싹을 말린 것'이라고 했으니 바로 콩나물이다. 위 속의 열을 내리는 데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 '황권'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끓여서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음식문화평론가 윤덕노의 '음식이야기' 중에서)

 

콩나물을 끓여서 먹으니 콩나물국이고, 위의 열을 식히는 데 좋다고 했으니 콩나물 국은 이미 1500년 전부터 과학적 근거를 가진 최고의 해장국이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전주 콩나물국이 유명하다. 사학자 최남선은 평양의 냉면, 강릉의 방풍죽, 의주의 큰만두와 전주 콩나물을 지역 명식(明食)으로 꼽았고('조선문답상식'), 조선 개화기 때 잡지인 별건곤(1929년 12월호)은 서울의 설렁탕, 평양의 어복쟁반과 전주의 콩나물 국밥을 서민 3대 명물 음식으로 쳤다. 전주 콩나물이 유명한 건 좋은 수질과 토질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이런 명성을 이으려는 듯, 콩나물 생산업체인 전주콩나물영농조합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전국 시장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콩나물 단일 품목으로는 풀무원에 이어 전국 두번째 규모라고 한다.

 

그런데 유통망이 문제다. 안세경 전주부시장이 '막(걸리)프로젝트'를 통해 전주부터 시작해 전국적인 막걸리 붐을 일으켰지만 과실은 대기업이 가져가고 있지 않은가. 전주 콩나물 만큼은 이런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일부 지역 음식점들이 전주 콩나물을 쓰지 않는 것도 문제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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