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들의 분노가 강력하게 폭발한 적이 없었다. 일부에서 관제데모라고 비아냥 거렸지만 그래도 전북인의 기질을 전국민에게 보여주는 도민 총궐기대회가 되었다. 이번처럼 도민들이 정부에 대해 성난 적은 없었다. 원래 전북 사람들은 농사만 짓고 살아와 성격이 순박하고 유순한 편이었다. 남한테 피해를 당하고도 해코지 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누구나 평상시에는 그 본연의 모습이 잘 드러나질 않는 법이다.
그러나 그간의 전북 사람 하면 성격이 물러 터질 정도로 온순하다고만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역사적으로도 불의에 항거한 적이 많았다. 동학혁명이 대표적 사례고 4·19혁명이 전국적으로 번졌을 때 이보다 앞서서 전북대생들이 먼저 들고 일어났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정의로운 피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 총궐기는 정부가 원칙을 스스로 무너 뜨리려는 바람에 도민들이 일어선 것이다.
위암 장지연 선생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처럼 전북인의 분기탱천한 모습이 서울 여의도에 모처럼만에울려 퍼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LH분산배치를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00여명이 의지를 결집해 단합된 모습을 과시했다. 사즉생의 각오로 삭발하는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누가 순한 양들을 독사로 만들어 놓았단 말인가.
이번 일로 전북인의 모습이 달라지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옳은 일이면 분연히 일어설 줄 아는 도민의식을 거듭 확인했기 때문이다. 매서운 추위에 모처럼만에 온기를 불어 넣어준 불붙은 연탄 같은 역할을 했다. 도민들의 뜨거운 가슴을 직접 보여주고 확인했다. 이제부터는 확 달라져야 한다. 소극적이고 물러 터졌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행동으로 옮길 때는 과단성 있게 나서야 한다. 승자독식 구조하에서 살아 남으려면 더 강해져야 한다.
끝내기 수순으로 들어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정치권이 더 정신을 바짝 차려 기필코 LH를 전북으로 유치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국회의원 배지를 떼서 반납해야 한다. 그래야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불길이 꺼지지 않고 패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옳은 일에 적극 나서는 것이 진정한 행동하는 양심이다.
/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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