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띄벌기 똥-똥/ 갯띄벌기 똥-똥/ 우리 집에 불없다/ 날래와서 밝혀라/ 갯띄벌기 똥-똥/ 갯띄벌기 똥-똥"
평안북도 선천(宣川)지방의 민요 중 반딧불이를 노래한 대목이다.
그랬다. 예전 60, 70년대만 해도 반딧불이는 흔했다. 길거리의 개똥처럼 흔하다 해서 '개똥벌레'라고 불렸다.
여름철, 시골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집밖에 나오면 여기저기 반딧불이가 날아 다녔다. 손으로 탁 쳐서 잡아 반짝이는 꼬리 부위를 떼어내 놀았다. 짓궂은 아이들은 이마나 눈썹 위에 붙이고 귀신이나 도깨비 흉내를 내기도 했다. 또 활짝 핀 호박꽃에 잔뜩 넣어 초롱불을 만들었다.
반딧불은 반딧불이가 내는 불빛이다. 형설지공(螢雪之功) 고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딧불이(螢)의 꼬리 불빛과 눈(雪)빛으로 고생하며 공부해 입신양명함을 비유한 것이다. 중국 진(晋)나라 때 손강(孫康)과 차윤(車胤)이라는 선비가 살았다. 이들은 너무 가난해 기름을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손강은 겨울 밤, 눈빛에 책을 비추어 읽었고 차윤은 여름 밤, 주머니에 반딧불을 잡아 넣어 그 빛으로 글을 읽었다. 덕분에 둘 다 높은 벼슬에 올랐다.
하지만 실제로 최소 200마리의 반딧불은 돼야 겨우 신문활자를 구분할 정도라고 한다. 중국 사람다운 과장법이다.
딱정벌레 목(目)의 반딧불이는 몸 길이가 1.2-1.8㎝로 검은 색이다. 배 마디 아래 끝에 발광기가 있고 거기에서 발광물질인 루시페린 단백질이 산소(O2)와 결합해 빛을 낸다. 이 빛은 열이 거의 없는 냉광(冷光)이다.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이 되기까지 1년가량 걸린다.
반딧불이 종류는 세계적으로 2100여 종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8종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실제 채집되는 것은 애반딧불이, 파파라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등 4종 뿐이다.
반딧불이 애벌레는 물에 사는 것과 땅에 사는 것이 있다. 애반딧불이 만이 산골짜기 하천에 살며 다슬기나 물달팽이를 잡아먹고, 나머지 땅에 사는 것들은 밭가에 사는 (민)달팽이를 잡아 먹고 산다.
그러나 지금 반딧불이는 환경오염으로 귀한 존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무주 남대천 일대의 서식밀도가 높아 1982년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되었다. 이곳에서 3일부터 제15회 반딧불이 축제가 열린다.
/ 조상진 논설위원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