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오목대] 이빨 빠진 지방의회 - 이경재

지방자치는 '일정한 지역의 어떤 일을 지역주민이나 그 대표자를 통해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제도'다.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 또는 '민주주의의 학교'로 부른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민주주의가 가장 나쁜 제도인데 그것보다 더 좋은 제도가 없어서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다."고 했다. 지구상의 여러 제도중 민주주의가 가장 나은 제도라는 걸 표현한 것이겠다.

 

민주주의의 뿌리는 지방자치에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는 일천하다.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민선단체장 시대를 열었으니까 기껏해야 20년, 완전한 지방자치의 틀을 갖춘 건 16년 밖에 안된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70년 혹은 100년에 이르는 선진국들에 비하면 청년기 수준이다.

 

1961년 5.16 때 지방의회가 해산된 뒤 1991년 지방자치법이 새롭게 제정되면서 지방의회가 부활된 건 정치적 산물이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에 의해 탄생됐다. 따라서 밑에서부터 주민들에 의해 요구되고 시행된 게 아니라 위로부터, 정치권으로부터 시행된 것이 다른 나라와는 다른 특이한 현상이다.

 

지난 91년 출범 당시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자신의 업무에 종사하면서 의회가 열리면 집행부 업무를 살피고 주민의견을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소박한 출발이었지만 시일이 흐르면서 지방의원들은 권력화됐다. 부패하기 시작했고 주민 위에 군림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유급제로 바꿨다. 도의원은 연봉 4900만원 짜리 '직장인'이 됐다. 시군의원도 3∼4000만원 대다.

 

지방의회의 제일 기능은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다. 주민 대표기관으로서 이런 기능을 소홀히 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지방의회에 대한 평가가 곱지 않다. 지방자치 20년을 맞아 전북일보가 14개 시군 주민 800명을 대상으로 '지방의회가 제대로 견제하는 기능을 하는지'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가 44%나 됐다.

 

지방의회가 집행부한테 알아서 긴다면, 말해야 할 때 침묵하고 집행부 들러리나 선다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 이빨 빠진 호랑이는 호랑이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강력한 통제수단은 선거에 있다. 민주주의의 본질도 선거다. 이빨이 없는 지방의원은 선거 때 싹 갈아치워야 한다.

 

/ 이경재(논설위원)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국회·정당조국 “변화가 있으려면 경쟁해야, 혁신당 지지해 달라”

사건·사고순창 공장서 불⋯3명 부상

경제일반[주간 증시전망] 미국 FOMC 정례회의 의사록 공개 예정

전시·공연실패와 무력감의 시간서 태어난 연극 ‘구덩이'

오피니언[사설] 해군 제2정비창 군산조선소가 ‘최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