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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오수(獒樹)개 복원(?) - 조상진

"김개인(金蓋仁)은 거령현(居寧懸·임실군 지사면 영천리) 사람이다. 그는 개 한마리를 길렀는데, 매우 귀여워했다. 어느날 외출하는데 개도 또한 따라 나섰다. 개인이 술에 취해서 길가에 누워 잘 때 들불이 점차 번져 오게 되었다. 개는 곧 곁에 있는 냇물에 몸을 적셔 주위를 빙 둘러 풀과 잔디를 적시어 불길을 막아 놓고는 기운이 다하여 그만 죽고 말았다. 개인이 잠에서 깨어나 개가 한 자취를 보고는 슬프고 감동해서 노래를 지어 슬픔을 기록하고, 무덤을 만들어 장사 지낸 뒤에 지팡이를 꽂아 이것을 표했다. 그런데 이 지팡막대가 나무로 자라났기 때문에 그 땅을 이름하여 오수(큰 개 獒, 나무 樹)라고 했다.

 

악보(樂譜)중에 견분곡(犬墳曲)이 이것이다. 사람은 짐승이라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만(人恥時爲畜)/ 공공연히 큰 은혜를 저버린다네(公然負大恩)./ 주인이 위태로울 때 주인 위해 죽지 않는다면(主危身不死)/ 어찌 족히 개와 한가지로 논할 수 있겠는가(安足犬同論)."

 

이는 고려때 문장가 최자(崔滋)가 1254년에 지은 보한집(補閑集)에 실린 오수 의견(義犬)에 관한 내용이다. 일제 때부터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했다.

 

임실에서는 이를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 1999년부터 220억 원을 투자해 오수견 육성 및 관광지 조성사업을 벌여 왔다.

 

하지만 이 가운데 12억 원을 들여 추진한 오수견 복원사업 및 육종사업이 전북도 감사에서 지적되었다. "오수견에 대한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다"며 향후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토록 한 것이다.

 

임실에서는 그동안 위원회를 만들어 각종 문헌과 민화, 고대 동북아지역 개의 혈통 등을 기초로 오수개가 '티벳탄 마스티프' 종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같은 종 20여 마리를 수입, 복원에 나섰다. 2008년에는 9마리를 오수견으로 공식 지정까지 했다.

 

그러나 복원된 오수견은 애견협회나 애견연맹 또는 세계축견연맹 등에 공식적인 오수견으로 등록하지 못했다. 정식견종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복원된 개의 형태와 혈액 등이'티벳탄 마스티프'가 아닌 새로운 품종(오수견)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를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으로 훌륭한 소재지만 1000여 년전의 설화를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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