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세밑이다. 때마침 세밑 추위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일자리 때문에 사회도 꽁꽁 얼어붙었다. 가난한 이웃들이 더 힘들어 할 수 밖에 없다.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이들한테 12월은 참말로 잔인한 달일 것이다.
연말은 한 해를 뒤돌아 보고 반성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사를 와서 보니/ 내가 사용할 방에는/ 스무여 개의 못들이 필요 이상으로 박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어디에라도 못을 박는 일/ 내가 너에게 못을 박듯이/ 너도 나에게 못을 박는 일/ 벽마다 가득 박혀 있는 못들을 뽑아낸다/ …못을 뽑고 벽에 기대어 쉬는데/ 벽 뒤편에서 누가 못질을 한다." 주창윤(48) 시인의 '못을 뽑으며'라는 시다.
사람들은 못을 아무 데나 쉽게 박는다. 박히는 벽의 아픔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한해도 가족, 친구, 이웃들 가슴에 얼마나 많은 못을 박고 살았는지 헤아릴 일이다. 내년 4.11 선거판이 본격화되고 있다. 같은 지역구에 동문과 사회 선후배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로 대못질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천상병 시인은 12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12월이 없으면 새해가 없다고 한 까닭에, 12월은 시작이고 희망이다. 그는 가난과 고문 후유증 때문에 고통에 찌든 삶을 살았지만 영혼은 어린아이 처럼 맑았다.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자들은 자신이 못가진 것들에 대해 불평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얼마 안되는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12월의 끝자락에 사사로운 감정을 털어내고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 보자. 천상병 시인은 그의 아름다운 시 '귀천(歸天)'에서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 우리는 매일 기뻐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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