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우락 재선거(天下憂樂 在選擧)'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한 명언이다. 세상의 근심과 즐거움이 선거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어진 자를 뽑아 바른 정치를 하면 백성들이 평안하게 되지만 그른 자를 뽑아 정치를 잘못하면 백성은 근심과 걱정으로 지내게 된다는 뜻이겠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1803∼1877) 선생이 인사행정의 문제를 다룬 '인정'(人政) 이란 책에서 강조한 말인데 요즘처럼 치열한 공천정국에서는 더 없이 빛나 보인다.
이 책은 '측인(測人)' '교인(敎人)' '선인(選人)' '용인(用人)' 등 네 편으로 이루어진 25권짜리 인사행정 이론서다.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고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천하우락 재선거는 이 책의 '선인편'에 나온다. '선인'이란 재예(才藝)와 덕성을 겸비한 사람을 선발해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무리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도록 한다는 뜻이다.
선거철이 무르익고 있다. 바야흐로 공천시즌이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11일 공천 신청을 마감한 결과 전북은 11개 선거구에 모두 49명이 신청했다. 공천경쟁률이 4.45대1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진·무·장·임실 선거구는 7대1, 전주 완산 갑과 을은 각각 6대1이나 된다. 새누리당은 15일까지 공천 신청을 받는다.
각 정당은 어진 자를 선택해 바른 정치를 하도록 출진시킬 이른바 공천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지역주의 정서가 가시지 않은 정치풍토에서는 공천이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무엇보다 공천이 타당성을 가질려면 절차와 기준이 민주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100m 달리기를 할 때 각 주자들이 스타트라인에 서서 똑같은 절차와 방법으로 경주하는 것처럼.
민주통합당은 일단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후보, '철새' 정치인, 당적 변경자 등은 배제하되 당의 '정체성' 항목 배점 비율은 최대 40%까지 높이기로 했다. 경선에 부칠 후보도 선거구별로 2명씩만 낼 모양이다.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배제하고 정치 신인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운영이 문제다. 잣대는 바로 세워놓았지만 운영을 잘못해 망친 경우가 허다하다. 공천 칼자루를 쥔 사람들이 새겨야 할 금과옥조다. 그런 경우는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다. 유권자가 매섭게 심판해야 한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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