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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화가' 최북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 1712~1786년경). 그의 이름을 들어본 독자 분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무주 최 씨로 알려진 최북은 조선후기에 활동했던 직업 화가다. 타고난 재능과 남다른 개성으로 다양한 소재의 그림을 그렸던 그는 조선 후기 화단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일정한 틀에 갇히지 않고 종횡무진 하는 필치로 주목 받았던 그는 전통화풍으로서 뿐 아니라 당대에 유행했던 한국 진경화풍에도 빼어난 명작을 남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생애를 온전히 알 수 있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최북의 이야기는 그의 예술세계를 흠모한 옛사람들의 평전으로 전해지는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기인다운 일화가 적지 않다. '정열화가'라거나 '기행화가' '광화사' 등으로 불리는 것도 이러한 일화가 바탕이다. 그의 기인적 행적은 그가 '외눈화가'가 된 사연에서 절정을 이룬다. 가난하고 내놓을 것 없는 가문출신이었던 그는 직업화가로서 오로지 그림을 그려 생계를 유지해야했다. 붓으로 먹고 사는 일을 해야 하는 처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먹고사는 일보다 화가로서의 자존감을 굳게 지켰다. 그는 그림을 주문한 사람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스스로 자신의 한 눈을 찔러 멀게 했다.

 

이밖에도 전해지는 그의 기행은 적지 않다. 그러나 그는 한 시대, 기행을 일삼으며 재능만을 과시하다 떠난 화가가 아니다. 대부분 작품들은 시와 글에도 깊이 있는 세계를 섭렵했던 지식인으로서의 최북을 보여준다.

 

'못 그리는 것 없는 조선 최고의 화가' 최북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시회다. 올해는 최북 탄생 300년이 되는 해. 박물관은 연대기적 의미를 기념해 '최북'을 초대했다. 그동안에도 그의 전시회가 있긴 했지만 소품 위주로 공개되었을 뿐 이처럼 본격적인 전시는 처음이다. 전주박물관은 이 전시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 전국의 10여개 기관에서 유물을 빌려왔다. 그중에는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도 있다. 이 전시회의 기획의미나 과정의 노고를 감안하면 오랜 시간 전시되는 것이 마땅한데, 아쉽게도 이 전시는 6월 17일에 끝난다. 유물 대여기간이 6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옛글에 '알기만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만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고 했다. 한 시대를 치열한 예술적 열정으로 살다간 '자유로운 영혼의 화가'를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놓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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