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과 사건은 의외로 간단했다. 종단이라는 일곱살 아이는 덩치는 커도 지각이 모자랐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소금을 파는 송지영(23)이라는 소금장수가 다식을 주고 밀과도 주면서 환심을 산 뒤 집에 혼자 남아있던 종단이를 성폭행했던 것이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중에서)
부실수사에다 면식범 등 범죄행태가 오늘날 아동성범죄와 유사하다. 영조는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산음 현감에게 엄한 벌을 내리고 소금장수와 아이 어머니 등 사건 관련자들을 귀양 보냈다. 아이 어머니는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책임을 물은 것이다. 세종 중종 때에도 아동성범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사형시키라는 영이 내려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성범죄 뉴스가 신문 방송을 도배질하고 있다. 경찰이 집계한 2011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2054건에 이른다. 2007년(857건)에 비해 2.4배에 이를 정도로 급증 추세다. 전북에선 작년 624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이중 아동성범죄는 56건이었다. 한국은 아동성범죄 발생 건수가 세계 4위권이다. 성범죄 공화국이란 말이 무색하다. 낯 부끄러운 일이다.
뭔가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사형제 존폐와 형량 강화, 화학적 거세, 보호감호조치 등의 여러 처방이 난무하지만 여야는 물론 학자들끼리도, 정부 관련 부처 입장도 다르다. 피해자 입장은 헤아리지도 않고 교과서적인 얘기만 나열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를 심신상실의 상태로 만들어 놓고도 기껏 5년 징역 살고 나온다면 이해될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간헐적인 처방을 내놓을 게 아니라 장단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사안이야 말로 통치권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호들갑을 떨다 시일이 지나면 나몰라라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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