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마을과 구미마을은 행정구역상 임실과 순창으로 나뉘지만 지리적으로는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는 이웃이다. 이 마을은 모두 전통쌀엿의 역사가 깊다. '임실삼계전통쌀엿'은 그 맛으로 이름이 높아 대표적인 전통쌀엿 생산지가 됐고, '순창동계쌀엿'은 그 명성은 덜하지만 재래식 방식을 고집하며 쌀엿을 만드는 전통의 연륜으로 이름을 지켜왔다. 엿도 산업화되면서 생산방식의 표준화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이 두마을의 '전통쌀엿'은 같은 대물림 방식을 지키면서도 그 특성이 조금씩 달랐다. 대량생산이 아쉬운 '삼계엿'이 전통방식을 고집하면서도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엿만드는 과정에 편리함을 조화시켜가고 있다면 소규모 생산에 자족하는 '동계엿'은 재래식 방식을 그대로 전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물론 전통쌀엿은 마을 주민들이 품앗이로 만들어내는 농가단위의 부업수준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임실 삼계마을은 10여 년 전부터 이런 상황을 맞아 주민들이 생산방식과 기구개발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전통쌀엿의 제조방식이 변질되는 것을 주민들 스스로 경계해 2000년, '삼계전통쌀엿보존회'를 만들었다. 전통방식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다짐과 자정의 의지였다.
'동계쌀엿' 역시 그 특성은 소박함에 있었다. 팔기 위해 모양새를 내세우거나 맛에 변화를 가하지 않아 잰 듯 한 품새를 갖추지 못하고 들쭉날쭉 키도 다르고 굵기도 달랐다.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외양에만 있다면 '동계엿'은 '하품'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전통을 그대로 담아낸' 특성으로 본다면 단연 '상품'이었다. '전통쌀엿'이 내세우는 미덕은 맛도 색깔도 다른 '전통제조방식'에 있다. 늘어나는 수요만큼 생산의 규모화가 필요해졌지만, 끝내 '전통방식'을 지켜가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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