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탄허스님 탄신 100주년

김제는 옛부터 이름난 고승(高僧)이 많이 난 곳이다. 그 중에서도 만경읍이 특히 그랬다. 미륵신앙과 관련된 진표율사(718-?)·부설거사(647-699)·진묵대사(1562-1633)가 그 분들이다. 이들은 부처님의 뜻을 이적(異蹟)으로 나타내 보이며 민중의 희망으로 떠오른 스님들이다.

 

그리고 최근세에는 한국 불교계의 대선사이자 최고의 학승이었던 탄허(呑虛 1913-1983)스님이 유명하다. 스님 역시 만경읍 출신이다. 스님은 유·불·선에 달통했으며 원효·의상 이래 최대의 불사로 꼽히는 '화엄경'을 우리 말로 번역했다. 한자 100만 자에 이르는 불경의 정수 '화엄경'원본 80권과 대의(大義)와 해석이 담긴 '화엄경론' 40권, '화엄경소초' 150권을 하나로 합쳐 '신화엄경합론'이란 제목으로 발간했다. 6만2500자 분량이다. 이 방대한 작업을 위해 새벽 2시에 일어나 17년간 매일 원고지 100장씩 번역하는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또 조계종 초대 중앙역경원장으로 '8만대장경' 번역에도 공을 세웠다.

 

스님은 불교 뿐 아니라 유교·도교·주역 등에도 막힘이 없었다. 해방 후 함석헌과 양주동 박사에게 장자를 가르친 적이 있다. 자칭 국보(國寶)라고 했던 양 박사는 1주일간 장자 강의를 듣고 10살 어린 탄허에게 오체투지로 절을 올렸다.

 

이와 함께 스님은 예지력이 뛰어났다. 월정사에서 수행하던 1949년, 개미들이 서로 싸워 법당과 사자암 뜰에 수백 마리씩 죽어 있었다. 이를 본 스님은 6·25 전쟁이 터질 것을 알고 상좌들을 미리 부산으로 피난시켰다. 1968년에는 울진ㆍ삼척 무장공비 침투 한 달 전에 이를 예감하고 장서와 번역 원고들을 강원 삼척 영은사로 옮겨 화를 면했다. 월남에서 미국이 물러나게 될 것과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를 예견하기도 했다.

 

스님은 일본 침몰설과 서해안 융기설, 그리고 남북의 통일 등 한반도의 융성을 예언했다. 서해인반조(西海人半朝·서해안 사람들이 조정의 반절을 차지한다)라는 예언도 남겼다.

 

또한 종교인으로는 드물게 정치인의 자질과 역할,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5일은 스님 탄신 100주년이다. 조계종과 오대산 월정사를 중심으로 지난 해 부터 내년까지 각종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혼돈의 시대에 그의 가르침이 등불이 되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조상진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국회·정당조국 “변화가 있으려면 경쟁해야, 혁신당 지지해 달라”

사건·사고순창 공장서 불⋯3명 부상

경제일반[주간 증시전망] 미국 FOMC 정례회의 의사록 공개 예정

전시·공연실패와 무력감의 시간서 태어난 연극 ‘구덩이'

오피니언[사설] 해군 제2정비창 군산조선소가 ‘최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