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허허벌판의 혁신도시

오는 8월 전북혁신도시에 이전할 지방행정연수원 임원 10여명이 현장을 둘러보고는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입주가 넉달 밖에 안 남았는데 벌건 황토 부지에 연수원 건물만 덩그러니 서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연수원은 상주 직원이 100여 명에 이르고 전국 각지의 공무원 12만명이 찾는 곳이다. 반면 기숙사 수용인원은 314명 밖에 안된다. 숙박·편의시설 등 정주여건이 제로라는 걸 보고받은 이경옥 안행부 차관이 얼마전 현장을 둘러보고 갔고 이번 주엔 김완주 지사가 현장을 찾는다.

 

11월엔 대한지적공사(LX)가 이전한다. 12개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기공식을 갖고 전북에 '애정'을 표시한 공기업이다. 유종근 지사 시절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이성열 당시 사장의 배려가 컸다. LX이사들도 얼마전 혁신도시를 찾았지만 낙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고생한 것을 예로 들며 입주시기를 늦추자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김영호 사장은 "전북도민과의 약속"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11월 입주를 지시했다. LX는 정부가 시행한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공기업인데 역시 '신사기업' 답다.

 

전북혁신도시는 전주 북서쪽·완주 이서면 일원 990만㎡(300만 평)에 수용인구 3만여명 규모로 조성중이다. 공정률은 93%다. 내년에는 농촌진흥청,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민연금공단 등이 이전하고 2015년까지는 12개 기관이 모두 입주한다. 민간 분야 건물도 신축이 가능한데 현재 24건이 신청돼 있다.

 

문제는 정주 여건이다. 숙박·편의점·음식점·병원 등 민간분야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확충될 테지만 우체국·소방 파출소·문화시설·체육시설 등 공공 지원시설은 사전 공급돼야 맞다. 그래야 불편이 없다. 미국 같은 선진국의 계획개발 지구는 공공시설과 심지어는 골프장 등의 편익시설이 먼저 확충된다. 주민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파트 분양이나 기관이전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우리나라는 거꾸로다. 이제서야 우체국 부지를 매입한다는 둥, 소방파출소 신축 예산을 편성한다는 둥 법석이다. 사전에 할 일은 하지 않고 땅 팔아먹는 것만 신경 쓴 탓이다. 서둘러 입주하는 건 고맙지만 미흡한 인프라 때문에 전북의 이미지가 구겨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세종시처럼.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이경재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국회·정당조국 “변화가 있으려면 경쟁해야, 혁신당 지지해 달라”

사건·사고순창 공장서 불⋯소방당국 진화 중

경제일반[주간 증시전망] 미국 FOMC 정례회의 의사록 공개 예정

전시·공연실패와 무력감의 시간서 태어난 연극 ‘구덩이'

오피니언[사설] 해군 제2정비창 군산조선소가 ‘최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