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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전화

지난 1일 부산시 진구의 한 다세대주택 쪽방에서 67세 할머니가 백골화 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수년 째 월세가 밀리자 집주인이 경찰과 함께 방에 들어갔다가 발견한 것이다. 경찰은 할머니의 시신이 이미 백골 상태인 것으로 보아 5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할머니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옷을 9겹이나 껴입은 것도 모자라 모자와 목장갑까지 낀 채 발견됐다. 할머니는 겨울철에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추위에 떨다 숨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건은 적지 않다. 20년 전 신입 기자 시절이다. 한 통의 전화에 편집국이 잠시 소란스러웠고, 기자들이 서둘러 도착한 곳은 전주시 효자동의 한 주공아파트였다. 혼자 살고 있던 할머니가 사망한지 몇 일만에 발견된 현장이었다.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자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창문을 뜯고 내부를 확인한 결과, 할머니가 안방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시신은 부패해 가고 있었다. 겨울철이었다면 발견이 늦어졌을 것이다. 가족이 곁에 있었다면 할머니의 운명은 어땠을까. 아마 응급처치 후 살아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홀로 사는 노인이 부쩍 많아지면서 이 같은 사건이 적지 않은 것은 현대인들의 이기주의, 부도덕한 가치관 탓이다. 전통적 가족 체계가 무너져 핵가족사회가 되면서 독거노인세대가 급증해 빚어지고 있는 비극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북인구 180만3230명 중 65세 이상 인구는 31만6303명으로 전체의 1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대주가 65세 이상인 노인가구의 비중은 28.4%에 달했다. 노인세대는 생활능력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고령 기초생활수급자가 전체 수급자의 26%나 된다.

 

이들 노인들 중 상당수는 거리로 나서 폐지를 줍고, 돈을 아끼기 위해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산다. 지난 2일 열일곱번째를 맞은 노인의 날의 현주소다.

 

노인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오는 2020년부터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점 때문이다. 핵가족화, 경제난,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가족조차도 돌보지 않는 분위기가 현대인의 위기다.

 

방법은 있다. 자녀들이 고향 부모에게 안부전화 자주 하고, 이웃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의 벽을 허물고, 홀로사는 노인의 고독사를 막는 것은 인간적 관심 뿐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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