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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루소의 교육론

“창조자의 손에서 나올 때 모든 것은 선하다. 그러나 인간의 손에서 모든 것이 타락한다.”

 

교육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장 자크 루소(1712∼1778)의 말이다. 그는 소설 형식의 교육론 ‘에밀’에서 “아이의 특성에 관심을 갖고, 아이의 타고난 능력이 훼손되지 않고 자라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교육방법은 당시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이 이상을 제대로 실현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

 

철학자 칸트는 학창시절 1등을 놓치지 않은 모범생이었지만 훗날 자신이 다니던 프리드리히 학교의 교육방식을 비판했다. 모든 수업을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낼 정도로 종교를 강요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나중에도 모든 형식의 기도를 혐오했다. 칸트는 이 때의 학창시절을 두고 “공포와 두려움만 떠오를 뿐”이라고 했다.

 

공산주의 사상가로 이름을 떨친 칼 마르크스는 학창시절 주목받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특별한 재능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학교성적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교양을 스스로 익혀 제 것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법학을 전공했지만 학교 밖에서 독자적으로 길을 개척했다. 철학과 역사에서 자신의 이론을 설파했고 서른셋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는 지식과 인격을 기르는 공간이다. 개개인이 잘 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끄집어 내 안내해 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가 이런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칸트처럼 공포와 두려움만 떠오르는 이들이 있고, 마르크스처럼 학교 밖에서 재능을 찾아낸 이들도 많다.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이 학교기능을 언급했다. “학교는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니라 각자 꿈꾸는 인생항로를 안내해 주는 곳이 돼야 한다.” “교육은 주입식이 아니라 원래 타고난 것을 잘 끌어내주는 것이다.” 진로탐색 과정인 ‘자유학기제’를 시범운영중인 중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맞는 말이다. 한데 개혁의 구체성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틀에 박힌 교육방법 때문에 상처받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이 잘 하는 것을 끄집어내 주는 역할도 못한다. 루소의 말처럼 인간의 손을 타면서 타락하는 교육이 돼선 안된다. 아이들의 꿈과 소양을 짓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쭉쭉 뻗어야 할 창의성을 사장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할 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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