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어느 날,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눈 위를 맨발로 걸어 다니며 성냥을 파는 소녀가 있었다. 날이 어두워졌지만 소녀는 성냥을 모두 팔지 못했다. 소녀는 성냥을 팔지 못했다고 혼낼 아버지가 무서워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어느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언 손을 호호 불어댔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더하는 추위를 견딜 수 없었다.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다. 첫 번째 성냥불은 커다란 난로가 되어 온 몸을 녹여줄 것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금세 꺼지고 말았다. 두 번째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이니 푸짐한 음식이 차려진 식탁이 나타났다. 세 번째 성냥불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 불빛 속에서 다정하게 미소 짓는 할머니가 보였다. 소녀는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성냥을 마구 그어 불을 붙였다.
날품을 팔아 누이동생과 조카들을 먹여 살리던 장발장은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줄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붙잡힌 뒤 13년이나 감옥살이를 하다 출옥한다. 전과자란 이유 때문에 그는 잠자리도 얻을 수 없는 ‘개 보다 못한 신세’였다. 소설 속에서 장발장은 우여곡절을 끝에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지만, 진흙탕보다 더러운 세상을 헤쳐나간 장발장의 삶은 그가 이슬처럼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데르센과 위고의 시대에 성냥팔이 소녀나 장발장 같은 사람들이 한둘이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시대나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사회나 성냥팔이 소녀, 장발장이 수두룩 하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권력가와 부자들은 항상 더 강한 힘과 돈을 가지려고 안간힘을 쓴다.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온갖 권모술수를 쓰고, 화장실 바닥 핥기도 마다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바닥에서 떨고 있는 뭇 사람을 보았을까. 바닥을 핥으면서 꺼칠한 이들의 빰을 느낄 수 있었을까.
권력과 돈의 위력을 좇는 인간의 본심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권력과 돈을 충분히 얻은 뒤 낮은 곳을 보듬을 수 있다면 다행일 뿐이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