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수로만 보면 전북은 존재감이 미미하다. 작년 말 현재 187만 2965명이다. 한때는 252만 3708명을 기록했다. 최다 기록인 1966년 무렵 ‘300만 전북도민’이라는 슬로건이 나붙었다. 호시절도 잠시, 그 뒤 계속해서 내리막을 걸었다. 성장거점 발전전략 때문이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완공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수도권-부산권, 이른바 경부축 중심으로 진행됐다. 1972년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그 틀이다. 이 계획은 ‘성장거점(growth pole)’을 통해 발전을 이룩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원이 특정지역에 집중돼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인구의 ‘탈(脫) 호남’이 대표적인 예다. 호남 인구는 블랙홀처럼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빨려들어갔다. 전북은 최다 인구 때보다 65만명이나 줄었다. 호남인구는 이제 충청인구보다도 적다. 작년 5월말 충청인구(525만 136명)가 처음으로 호남인구를 408명 앞지른 이후 지금은 2만여명 쯤 벌어져 있다. 인구조사가 처음 시작된 1925년 호남인구가 352만명, 충청이 212만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쪽수가 적다 보니 전북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못하다. 정치적 영향력도 미미하다. 인사, 사업, 예산도 여의치 않다. 강원 대구 부산 광주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했지만 전북은 아직도 방문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
김 지사의 ‘300만 도민론’은 3선 불출마 선언 뒤 신년 인사회장에 참석했던 터라 그동안의 회한이 서려있는 발언으로 들렸다. 뒤집어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쥐어지지 않는 정치적 현실, 쪽수가 적은 탓에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던 지역적 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겠다. 전북의 존재감, 결국 쪽수에 달린 문제다. ‘300만 도민’은 언제쯤 현실화될까.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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