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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노래

‘내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아침엔 종달새가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볼게요. 나의 사진 앞에 서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세월호 추모곡으로 헌정한 ‘천 개의 바람이 되어’의 가사 일부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이 노래가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상위권을 에 오르면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임형주는 세월호 추모곡으로 이 노래를 헌정하며 ‘무덤’을 ‘사진’으로 바꾸는 등 일부 내용을 개사해 불렀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 노래의 가사 원작은 1989년 아일랜드 공화국군의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은 스물네 살 병사가 죽기 직전 부모에게 남긴 봉투에서 발견된 열두 줄의 짧은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A Thousand winds)’다. 작가미상이지만 2001년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소녀가 추도식에서 낭독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신현림 시인이 2005년 자신의 포토에세이를 펴내면서 번역해 소개됐다.

 

임형주가 부른 노래는 일본의 팝페라 가수 아키가와 마사후미가 불러 2007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곡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 추모곡으로도 이 노래를 헌정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에서는 이 곡이 세월호 추모곡으로 헌정된 것이 적합지 않다는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지만, 감동적인 내용의 가사와 곡에 많은 사람들이 위안 받고 있는 듯하다.

 

온라인을 달구는 또 한편의 추모시가 있다. 함민복 시인의‘숨쉬기도 미안한 4월’이다.

 

‘배가 더 기울까 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중략-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그렇다. 살아 있는, 살아 남은 자들은 이렇게 노래와 시로라도 슬픔을 나누고 위안 받을 수 있다. ‘숨쉬기도 미안한 4월’이 갔다. 봄꽃도 져간다. 죄스러운 이 봄, 잊지 않아야 한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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