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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어언 40여 년 전 일이다. 이미 학창시절에 천부적 재능을 인정받아 은사인 신석정 시인의 제안으로 시화전을 함께 치른바 있는 청년 화가가 잔뜩 풀죽은 표정으로 막걸리 잔을 앞에 둔 채 한숨의 담배연기만 품어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어렵게 운을 떼는데, 파리 한 화랑에서 초청을 받았는데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없어 아깝게 포기를 해야 할 입장이라는 것.

 

화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예술의 도시에서 초청장을 보내왔는데 포기를 해? 친구가 경비 일체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는데 이를 계기로 이 둘의 아름다운 우정은 더욱 돈독해질 수밖에. 화가는 고마워 더욱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친구는 대견하다며 또 부지런히 도움을 주고. 프랑스는 물론 일본 오오사까나 동경, 미국의 뉴욕이나 LA 등에서의 초청전시에도 후원은 물론 꼭 직접 찾아가 축하만찬까지 챙겨주니 화가는 고마워 붓을 쉬지 못하고, 그 치열한 예술혼 덕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을 하게 된다.

 

이 둘의 동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화가가 후배 미술인들 딱한 사정을 알리고 친구는 다시 그 추천을 받아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 전시를 후원해주고. 그렇게 하여 구입한 작품이 백 수십여 점, 이에 힘입어 기죽지 않고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미술인도 한둘이 아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1987년 이제 중년에 이른 화가가 후배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지역의 문화예술 정보지 〈문화저널〉을 창간하는데 지역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여 이 친구가 다시 이 잡지의 출판비를 후원하고 나선다. 이에 감동한 편집동인들의 질긴 노력으로 이 잡지는 단 한 번의 결호도 없이 지금까지 계속 지역문화를 선도해오고 있다. 이제 화가는 이 잡지의 발행인, 친구는 이를 총괄하는 사단법인의 이사장으로 그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얼마 전 도립미술관에서 있었던 초청전시회, 그 동안 성심을 다한 작품활동으로 전시관 전체를 동원해도 전시공간은 턱없이 부족, 화가는 자신의 작업실과 살림집까지 전시공간으로 내놓았다. 작업실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 전시되지 못한 수많은 작품들이 쌓여있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 입을 닫지 못하는데, “친구의 후원이 고마워 차마 게으름 피울 수가 없었어!” 한다. “내 예술의 반절은 그 친구 거여!”

 

함께 찾아간 제자들에게 “나 이 두 분하고 많이 친해!” 어색하게 끼어드는데 마냥 뿌듯하기만 하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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