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도 중앙부처에 인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서기관 시절 “전북출신 공무원을 창 밖에서 손짓으로 불러내 예산서류를 전달하곤 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부처에 전북출신이 없다 보니 드러내 놓고 로비할 상황이 아니었던 탓이다. 반면 경상도 지역은 상공회의소 등이 마련한 ‘윤활유성 비축물량’까지 싸들고 다니며 로비를 벌였다고 한다.
도내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느끼는 정서도 비슷하다. 경상도 지역 매체는 부처에 고위 관료들이 많다 보니 정보량도 넘쳐나고 찾는 발길도 북적댄다. 그런데 전북은 그렇지 못하다.
박근혜 정부의 1기 내각 장·차관급 116명 중 전북 출신은 고작 4명(3.4%)뿐이었다. 지난주 장·차관급 13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이른바 2기 내각이다. 그런데 전북 출신은 단 한명도 끼지 못했다. 행정 부처는 17부 3처 18청이다. 장·차관급 자리가 38개에 이르는 데도 전북 출신이 한명도 없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물부재? 아니면 아예 씨앗을 말리겠다는 의도? 헤아릴 길이 없다.
‘전북 무장관 무차관’의 2기 내각은 ‘송하진 도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업·관광·탄소와 새만금 등 쉬운 게 하나도 없다. 모두 정부 예산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중앙부처가 돕지 않으면 헛바퀴만 돌릴 수 있다.
예산과 사업 등 일은 사람이 한다. 고위직에겐 정보력과 의사결정권이 있다. 장·차관 인사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영남 중심의 편중인사가 지속되다 보니 향후 차관에 오를 인재마저 씨가 말라 있다는 사실이다. 공무원들의 한탄이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도 전북 정치권은 화 낼 줄도 모른다. 과거엔 안 그랬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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