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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감영과 가나자와성(城)

일본의 전통문화도시 가나자와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당당한 ‘아우라’를 지닌 가나자와성(城)이다. 복원된 건물들을 이용해 각종 전시회가 열리고 성 안과 밖의 광장에서는 대형 음악회 등 시민들을 위한 행사들이 다채롭게 꾸려지고 있다. 성 앞쪽의 일본 3대 명원(名園)의 하나인 켄로쿠엔과 더불어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으로, 진정어린 복원을 통해 관광명소로 거듭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복원은 ‘백년 후의 국보를 만드는 일’이다. 단순히 끊긴 역사를 잇거나 볼거리 하나 추가하는 일이 아니다. 이 시대의 예지를 모아 다음 세대 국보가 될 만한 소중한 문화적 유산을 남기는 일이다. 단순한 경제살리기나 지역활성화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다. 과거에만 연연하지 않고 미래 세대들이 지속적으로 기대 살 수 있는,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와 같은, 전통 하나 우뚝 세워가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복원은 ‘전통의 창조’다. 제대로 된 창조는 진정성 위에서만 가능하다. 제멋대로의 ‘상상 정비’나 ‘상상 복원’은 끼어들 틈이 없다. 가나자와성도 철저하게 고증된 것만 복원정비하고 있다.

 

예산규모에서도 그 진정성은 확인된다. 1996년부터의 1차 복원에 쓰인 경비가 252억엔, 토지매입비 112억엔을 뺀 순수 복원정비경비만 140억엔, 우리 돈으로 14조원. 2006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진행될 2차 복원 예산은 50억엔(5조원).

 

이 복원의 또 다른 의미는 밀폐의 공간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있다. 16세기 말 축성 이래 이곳은 성주들만을 위한 금단의 땅. 명치시대에 병부성, 육군성이 들어서면서도 출입금지는 마찬가지. 가나자와대학이 들어서면서 일부에게만 해금됐다가 이 복원을 통해 온전한 시민공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을 통해 무형의 일본 전통목조공법을 되살릴 수 있었다는 점. 이처럼 큰 규모의 목조성곽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기둥과 대들보를 짜 맞춰 거대한 뼈대를 이루는, 일본 최고의 전통 대목 기술이 필요하다. 실제 복원된 건물 곳곳에 벽 투시공간을 마련해 내부구조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전통목조공법의 산 교육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복원은 과거로의 단순 회귀가 아니다. 미래로의 당찬 발걸음이다. 왜곡의 역사를 떨치고 스러져가는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일이다. 전라감영 복원의 진정한 의미도 의당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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