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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하는 사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8일 바티칸행 비행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교황은 방한 중 매일 세월호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정치적 이용 우려에도 개의치 않고 유족이 건네 준 노란 리본을 왼편 가슴에 달았다. 광화문 앞에서 단식투쟁 중인 ‘유민 아빠’를 만나고, 또 다른 유족 이호진씨에게는 프란치스코란 이름으로 세례를 직접 주었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유족을 위로했다. 사고 직후 팽목항 현장을 방문해 확실한 조치를 약속했고, 세월호 참사 한 달째인 5월16일에는 유족 대표단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면담에서 “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을 사과하고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안전시스템을 근본부터 다시 바로잡아 안타까운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며 “유가족 여러분이 그동안 느낀 문제점과 또 바로잡아야 되겠다는 의견을 주시면 꼭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종교 지도자는 어떤 사건, 사고의 구체적 해결 당사자가 아니다. 하지만 종교와 그 지도자가 사고 피해자는 물론 대중의 위로와 치유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수많은 대중은 종교가 실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원상복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종교 지도자가 내미는 손과 따뜻한 말 한마디에 의해 적어도 정신적 치유를 얻는다고 믿는다.

 

프란치스코교황이 방한 중에 한없이 낮은 자세를 보이고, 세월호 유족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것은 인간의 고통 앞에서 종교 지도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보여준 전형이다. 살을 애는 고통 앞에서 정치적 좌고우면이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치판은 다르다. 진심보다는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다. 타인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요즘 우리 정치판이 그렇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실익을 따지느라 정신없다. 야당은 유족 눈치를 보느라 여당과의 두 번째 협상까지 깨트렸다. 여당은 법과 원칙만 외치고 있다. 대통령은 유족에게 언제든 찾아와 의견을 달라던 약속을 외면한 채 민생경제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말만 허공에 쏘아대고 있다.

 

그들이 애간장을 태우며 분노하는 유족의 요구를 앞에 두고 암투를 벌이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정치적 이익이다. 민심(표)를 얻어 권력을 얻고자 함이다. 지금 상황은 결국 매표 작업일 뿐이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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