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장학숙 건립이 뜨겁게 유행한 적이 있다. 서울의 높은 전세와 하숙비를 고려하여 열악한 지역의 인재들을 지원하겠다는 가상한 취지로 입안된 것이다. 이들이 장차 국가지도자가 되어 그 지역 발전에 큰 기여를 해주리라는 계산이 그 저변에 있다. 이를 통해 교육에 한 맺힌 지역민들의 표를 얻겠다는 저의도 물론 깔려있는 정책이다.
그 덕분에 많은 지역의 인재들이 서울의 모모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지역의 대학은 더 열악해지고 더불어 인구 및 인재의 서울쏠림은 심화일로에 있다. 지역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그 지역을 소외시키고 중앙-지방의 차이만 더 조장하고 있다. 지역대학생들의 열등의식만 잔뜩 조장한 채 지역의 푼돈으로 서울 경제를 살찌우고 지역의 인재마저 빼앗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잘난 인재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특혜를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다. 당연한 특권으로 향유할 뿐이다. 그들이 그것을 은혜로 여겨 지역을 위해 노력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먹이로 훈련시킨 강아지가 먹이 없이도 주인을 위해 봉사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자기 몸 추스르기도 버거워 이 지역과의 인연을 애써 감추려는 이 지역출신 중앙고위층들을 보라!
더구나 이제 소수 인재들에 기대어 지역발전을 꾀하는 시절은 지났다. 지역 스스로 내부 역량을 키워가지 못하면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 기다리는 꼴 되기 십상이다. 오려고도 하지 않는 한양낭군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기다림은 새만금 30년으로 족하다!
그 예산과 노력, 지역의 대학을 살리는데 모아주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현재 지방대학은 쇠락의 위기에 처해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학의 쇠락이 바로 지방의 붕괴로 이어지고 다시 이것이 대학의 부실화를 재촉하는 것으로 확대재생산 된다는 점이다. 현존 장학숙 사업은 이런 악순화의 고리를 더욱 튼튼하게 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이 지역 대학 소재 도시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인재들을 위한 장학숙을 지으라고. 인재육성장학금도 이 지역출신보다는 이 지역 대학에 다니는 인재들, 특히 외국인학생들을 위한 것으로 바꿔가라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지역의 대학을 살릴 뿐 아니라 세계와 소통하는 길도 열어가라고. 변덕스러운 개인에 기대지 말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가라고. 지역이나 지역대학의 위기가 중앙-지방의 구조적 모순과 함께 얽혀있는 것이니.·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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