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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와 명심보감

김병조는 1980대 인기 코미디언이었다. 배추머리를 한 그는 ‘지구를 떠나거라’ 등 숱한 유행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지금‘명심보감’을 강의하며 대중의 또 다른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김병조에게는 ‘6·10’의 아픔이 있다.

 

‘6월 10일’은 1926년 6·10만세운동과 1987년 6·10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날이다.

 

1987년 이날, 군사 독재 장기 집권을 반대하며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던 민주 세력이 성난 파도처럼 일어났다. 공권력에 의해 박종철(87년 1월)·이한열(6월) 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분노한 대중은 6월10일 집회,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결국 노태우의 6·29선언을 받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인기 절정의 코미디언 김병조는 노태우를 대선후보로 선출하는 6·10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코미디 한토막을 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리고 민정당 고위 인사가 요구한 원고를 코미디 말미에 읽었다. “민정당은 국민에게 정을 주는 당이고, 통일민주당은 고통을 주는 당이다.”

 

그의 7년 인기는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김병조는 담장 위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다. 서슬퍼런 독재 상황에서 그는 민정당 간부의 말을 듣든, 듣지 않든 TV스크린에서 사라질 위기였다.

 

얼마전 전북을 찾아 명심보감을 강연한 그는 “단지 대중을 웃겨 먹고 사는 사람이 실내 정당행사에서 개그 한 토막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도록 짜여진 원고 한 줄 읽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일까 싶었다”며 어리석었음을 후회했다.

 

그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홀어머니가 군산 구시장통에서 길거리 장사하며 자식을 키웠다. 그의 누나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겨우 인기를 얻어 효도하는 상황을 접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입장을 너그럽게 봐 줄 상황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27년. 김병조는 행복해 보인다. 예상치 못한 인생의 반전이었지만, 부친에게 배운 ‘명심보감’798구절을 학생·대중에게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우리 앞에는 많은 길이 있다. 그 길을 어떤 자세로 걸어 가느냐가 문제다.

 

김병조는 오늘도 명심보감을 강의한다. 지족상족 종신불욕(知足常足 終身不辱·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다), 안분신무욕 지기심자한.(安分身無辱 知機心自閒·분수를 알면 욕됨이 없고, 일의 실마리를 알면 마음이 여유롭다).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내지 말라고, 남을 배려하며 범사에 감사하라고 충고한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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