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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과 아집

막말은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하는 말이다. 막돼 먹은 말의 줄임말이다. 막말은 이제 하나의 언어현상으로 등재될 정도로 공공영역에서 자주 목격된다. 특히 법조인, 교수, 연예인 등 지도층의 막말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여자가 왜 이렇게 말이 많냐”(2013년 부장판사) “늙으면 죽어야 해요”(2012년 부장판사) “넌 아르바이트로 술집 나갔다며? 내가 호스티스 × 가르치게 생겼어”(2013년 서울 모 대학교수) “복받은 ×은 살이 쪄도 유방에 찐다”(방송인 김구라) 등이 그런 예다.

 

“참, 저런 것이 시장이냐” 조규대 익산시의회 의장이 지난달 27일 줌마페스티벌 행사장에서 박경철 익산시장을 두고 한 막말이다. 애초 예정된 축사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화가 난 조 의장이 단하에 함께 있던 시의원들에게 내뱉은 말이다.

 

조 의장의 막말 때문에 지금 박 시장과 시의회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박 시장은 의회 불출석과 공무원 단도리를 쳤고 어제는 기자회견을 열어 조 의장이 사과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시의회를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세력으로 보는 것 같다. 반면 익산시의회는 박 시장 규탄 성명을 내고 “시장과 간부공무원들이 시정질의에 불참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직권남용과 지방자치법 위반 등으로 고발할 태세다.

 

언어의 힘은 언어가 부각시키는 이미지에서 나온다. 대중의 마음 속에 과대하고 모호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조 의장의 막말은 상대방의 명예를 상하게 할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혼잣말처럼 한 막말을 누군가 옮겨 일이 커진 것인데 민감하게 반응할 일도 아니다. 면전이 아니면 대통령도 욕 하지 않던가.

 

제일 원인은 박 시장의 소통부재에 있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모현 우남아파트 주민 대피명령, 광역상수도 전환, 9개 부서 함열 청사 이전 등 현안을 의회와 협의 없이 일방 추진했다. 의회는 집행부 들러리가 아니다. 제동이 걸릴 수 밖에. “독불장군” “저런 것이 시장이냐”는 막말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집행부와 의회가 충돌하고 서로 흰 눈을 들이대면 지역이 시끄럽다. 조 의장은 박 시장을 만나러 시장실(2일)과 집(4일)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둘은 친구 사이다. 이젠 박 시장이 화답할 차례다. 고개 숙이는 자가 승자다. 지나친 아집은 자신을 베는 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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