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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지 살리기

 

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쓰임이 일상용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환경이 그것을 증명한다. 한지가 우리 곁에 온지는 아주 오래다. 종이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듯이 한지의 역사 또한 찬란하다. 과학이 안겨준 온갖 편리한 기계문명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빛을 잃었던 한지의 가치가 다시 우리의 삶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 비단은 500년을 간다지만 한지는 천년을 간다고 했다. 비단 보다도 그 가치를 더 인정받았던 한지의 역사 속에서 ‘전주한지’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한지는 그 자체로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에 비해 빼어난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특히 조선 초 전주의 조지소(造紙所)에서 생산된 전주 한지는 왕실에 진상되거나 명나라와 청나라에 보내는 공물로 쓰일 정도로 명품 중에서도 명품으로 꼽혔다.

사실 사양길에 놓였던 전통한지의 부상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한지의 쓰임이 다양해지면서 이어진 결실이다. 전통한지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지의 산업화로 모아졌다. 그런데 현실을 돌아보면 성과는 아주 미미하다. ‘전주한지’도 다르지 않다. 전주에서조차 수입산 종이가 즐비한 전시대에서 ‘전주한지’의 이름은 무색하다. 중국에서부터 값싸게 들여온 무더기 수입종이들이 백지부터 색지까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한지’라는 이름으로 팔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지는 부상하고 있는데 전주한지 산업화의 길이 좀체 트이지 않는 국면은 안타깝다. 들여다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다.

예부터 전주한지가 명품으로 이름을 알렸던 바탕은 문서와 책을 만드는 순지로서의 기능이다. 그러나 한지가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전주한지는 순지(닥 100%)를 만들어내는 대신 화선지로 그 명맥을 이었다. 그마저도 값싼 수입산 화선지가 들어오면서부터는 뒤로 밀려났다. 더 이상 가격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된 때문이다.

다행히 2008년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이 시작되면서 순지로서의 전주한지 전통을 되살릴 수 있게 되었다. 전주한지 생산자들이 순지 생산에 주목하게 된 덕분이다. 5-6년이 지난 지금은 품질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전주한지 명품화의 가능성이 보인다. 절실한 과제는 또 있다. 한지의 본래 쓰임, 종이로서 기능을 되찾게 해주는 일이다. 일상을 돌아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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