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한·미 FTA 타결로 쌀 수입이 허용되자 농민들은 대체작물로 논에 벼 대신 콩을 심기 시작했다. 벼농사보다 콩 재배수익이 1.5~2배 정도 높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급감했던 콩 생산량은 2010년 10만5000t에서 지난해 15만4000t으로 급증하면서 콩 자급률도 33.3%로 껑충 뛰었다. 문제는 콩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국내 콩 가격이 뚝 떨어진 것. 이렇게 되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논 콩 재배에 대한 보조를 아예 중단했다. 콩 역시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연간 국내 소비량 140만t 가운데 사료용 96만t과 식용 28만6000t을 값싼 수입 콩에 의존하고 있다. 쌀 수입과 국내 콩 재배 급증에 따른 가격 하락은 FTA 풍선효과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번 한·중 FTA 협정에서 1611개 협상 대상 농식품 가운데 축산물과 마늘 양파 고추 사과 등 548개 품목의 관세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빗장이 풀린 참깨와 들깨 콩 등은 물밀 듯 들어 올 전망이다. 타 작물에 비해 그나마 재배수익이 높은 품목들이 개방되면서 우리 농업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10년 전 한국의 FTA 1호인 한·칠레 FTA가 발효될 때 이미 우리는 뼈저린 학습을 했다. 칠레산 과일 수입으로 국내 과수농가의 큰 피해가 우려되자 정부는 막대한 지원금을 주며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 과수원을 대량 폐원했다. 땅을 놀릴 수 없는 과수농가들은 너도나도 매실 단감 등 대체 작목을 심을 수 밖에 없었다. 올해부터 이들 과일이 본격 출하되자 과잉 재배에 따른 홍수 출하로 가격이 폭락하고 말았다. 인건비도 안나와 수확을 포기하거나 아예 나무를 잘라버리는 사례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농업 농촌의 현실이고 정부 농업정책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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