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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감독 김성근

지난 달 28일 대전야구장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화이글스의 신임감독으로 선임된 김성근 감독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한화 팬들의 열성적인 환영이 그 배경이었다.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씨였지만 취임식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수십 명의 팬들이 구장을 찾았다. 김 감독이 도착하자 허리를 굽히며 인사로 존경을 표한 팬들은 취임사 중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취임식이 끝나고도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한 팬이 거리에서 선수 유니폼들을 걸어놓고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 취임기념 108배’를 올리는 광경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화 팬들은 왜 김성근 감독에게 열광할까.

 

야구계에서는 한화 팬들을 ‘보살’이라고 부른다. 한화가 여러 해 동안 최악의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변함없이 성원을 보내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아홉 개 구단 중 최하위로 밀려났지만 팬들의 숫자가 거의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 감독 선임을 앞두고는 이 ‘보살’ 팬들이 나섰다. 온라인을 통해 김성근 감독 영입을 희망하는 릴레이 동영상을 올리고 한화 본사 앞에서 “한화 야구를 살릴 수 있는 것은 김성근 감독뿐”이라며 1인 피켓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팬들의 열망이 통했는지 구단은 김성근 감독을 선임했다. 덕분에 김 감독은 팬들이 임명한 첫 프로야구 감독이 됐다.

 

재일교포 출신 김성근 감독은 정작 프로야구 경력이 없다. 그럼에도 지난 84년 OB를 시작으로 한화까지 그가 맡았던 프로팀은 7개나 된다. 그 과정에서 만년 하위팀을 끌어올려 시즌에 진출시켰으며 SK 감독시절엔 세 번씩이나 정상에 섰다. 그럼에도 그는 늘 ‘해고’ 당하는 인생을 살았다. 한 매체 인터뷰를 보니 지도자 생활 45년 동안 받은 해고 통고만 열 두 차례나 된다. 원칙을 굽히지 않는 바람에 구단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돈과 자리에 매달리면 사명감이 없어진다. 인생이라는 것은 일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지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다.”

 

열두 번 쫓겨났다는 사실보다 그럼에도 자기를 계속 찾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김 감독의 철학이다.

 

고양원더스 독립야구단을 이끌면서 이미 대중들과 친숙해진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이 새삼 화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훈련 중에는 앉아 쉬는 법이 없는 김 감독의 새로운 도전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은 한화 팬들만이 아니다. 아무리 거친 시대라도 리더를 알아보는 안목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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