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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老年)

여러해 전의 일이다. 취재로 공직에서 은퇴한 두 분을 만났다. 오래전에 중단되었지만 당시 전주우체국에서 운영하던 정보교육센터의 컴퓨터 강좌에 참여했던 분들이었다. 한 분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분이었고, 또 한분은 담배인삼공사에서 40년 가깝게 근무하다 퇴직한 분이었다.

 

인터넷이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 정작 수십 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나와 보니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은퇴한 이후 얼마동안은 시절의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터넷 세상에 들어서지 않아도 별 탈 없이 직장생활을 잘 마쳤지 않은가, 스스로 위로하며 몇 해를 보냈지만 언젠가부터 세상과 담을 쌓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체국에서 진행하는 컴퓨터 강좌를 알게 된 것은 그 즈음이었다. 그 분들을 만난 것은 컴퓨터 경력 1년과 3년차를 맞았을 때였다. ‘늦게 배운 도둑이 더 무섭다는 말을 실감했다’는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맞고 있었다.

 

“돌아다니지 않아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환해졌으니 신기하다. 손자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어 좋고, 젊은이들 대화도 그럭저럭 알아들을 수 있으니 이제 소외감도 없어졌다”고 했다. 문서도 만들어보고 파워포인트 실습도 해보고 나니, 젊은 시절 왜 이런 좋은 것을 익혀 써먹지 못했는지 후회가 됐단다.

 

컴퓨터로 ‘정말 재미난 세상’을 만난 이후로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컴퓨터를 벗으로 삼았다. 엑셀과 파워포인트에 태그 기법까지 두루 익혀 기초반 지도는 물론, 전문강사의 보조 역할을 할 정도의 수준급이 됐다. 정보교육센터에 매일 출퇴근하면서 센터를 운영하고 지키는 실질적인(?) 주인이 됐다. 파워포인트는 어찌나 힘들었던지 다른 후배들을 위해 아예 자신이 공부한 과정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겨 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일종의 파워포인트 입문서였다. 예산 부담이 커 컬러복사로 묶어낸 자료집은 인기가 높았다. 새 세상을 만나게 해준 전주우체국 정보교육센터에 은혜를 갚아겠다싶어 자원봉사에 나섰다. 덕분에 당시 문을 닫고 있던 다른 지역 우체국과는 달리 전주우체국 정보교육센터는 폐쇄 위기를 벗어나 그 뒤로도 상당기간 운영됐다.

 

노년의 삶을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컴퓨터로 세상을 새롭게 만났던 두 분이 생각난다. 주변을 둘러보면 노년의 즐거운 삶을 위한 배움의 공간이 적지 않다. 새로운 세상이 거기 있다. 노년을 맞는 분들에게 그 배움의 문을 열어보실 것을 권한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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