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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 지핀 석패율제

석패율(惜敗率)제는 말 그대로 ‘애석하게’ 떨어진 후보를 구제해 주는 제도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해도 석패율(낙선후보 득표율/당선자 득표율)이 높으면 비례대표로 등원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대구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할 수 있다. 전주에 출마했던 정운천 새누리당의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새정연이 영남에서 5~6석,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4∼5석 정도 건질 수 있다. 석패율제는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 및 지역주의 완화, 역량 있는 정치인에게 구제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정당 수뇌부의 전횡과 거대 정당 중진들의 낙선 예방 보험장치로 악용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사실 석패율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와 함께 석패율제 도입을 제안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정계개편을 위한 술수”라고 반대해 무산됐다. 19대 총선을 앞두고도 석패율제 논의가 깊숙이 진행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여야 간사가 지역구도를 타파한다는 명분으로 석패율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소수 정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런데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석패율제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새정연 2·8 전당대회 대표 후보인 문재인·박지원 의원이 그제 당 취약지역인 ‘대구·경북’ 합동연설에서 석패율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도 정치개혁혁신위에서 석패율제 도입을 결정했고 김무성 대표가 조만간 당론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정운천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이 밝혔다. 정 위원장은 최고위원이던 2011년 2월 20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단 만찬 때 “석패율을 위하여!”라는 건배구호를 외친 주인공이다. 그는 그 뒤 ‘석패율 전도사’로 불려왔다.

 

모처럼만에 석패율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 제도는 결코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보완해야 할 점도 많지만 한국정치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40년간 지속된 지역주의 구도를 깰 수 있는 물꼬 역할이 그것이다. 올 하반기엔 선거구 개편과 선거제도 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다. 석패율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등 지역주의를 타파할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으면 한다.

 

수석논설위원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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