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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군자

양상군자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양상군자는 중국 후한서에 나오는 말이다. 후한 시대에 하남성 태구현에 진식이란 현령이 있었다. 그는 항상 주민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매사를 공정하게 처리해 존경을 받았다. 어느 해 흉년이 들었을 때다. 도둑이 진식의 집에 몰래 들어가 대들보 위에 숨어서 사람들이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식이 이를 눈치챘지만 모르는 척 하고선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정색을 하고 훈계하였다. “무릇 사람은 스스로 힘써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착하지 않은 사람도 반드시 본성이 악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습관이 어느덧 성품이 되어 마침내 여기에 이르게 된다. 대들보 위에 있는 군자가 그렇다.” 대들보 위 납작 엎드려 진식의 훈계를 듣고 있던 도둑이 깜짝 놀라 스스로 바닥에 내려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죄를 뉘우쳤다.

 

진식이 도둑에게 말했다. “그대의 모습을 보니 악인 같지가 않다. 생활이 어려워 억지로 착함을 거스르게 되었다.”며 비단 2필을 주어 돌려보냈다.

 

설 명절 연휴가 너무 길었던 탓일까. 연휴 동안 전북혁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도둑이 들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도둑은 아파트 동남쪽 발코니를 타고 12층까지 침입했고, 해당 동에서 여섯 집이 피해를 입었다. 도둑은 패물, 현금 등을 조용하게 털어 유유히 사라졌다. 모처럼의 연휴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온 피해자가 도둑이 든 사실을 한동안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뒷정리가 깔끔했다고 한다. 도둑은 서커스 단원처럼 1층에서 12층까지 오르내렸다. 발코니 창문을 드라이버같은 것으로 제치고 침입했는데, 잠든 주인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파트는 주로 고층이기 때문에 도둑이 침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완전히 잘못됐다. 이미 수많은 아파트가 도시가스 배관 가시철판을 설치했다. 1∼4층에는 마치 교도소처럼 방범창이 설치됐다.

 

지난 3일 말도 많았던 김영란법(부정청탁·금품수수금지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10월 시행되면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예나 지금이나 진짜 큰 도둑은 ‘양상군자’가 아니다. 오죽하면 김영란법이 만들어졌을까. 부끄러운 일이다. OECD 국가라고 으스대지만, 대한민국의 부패지수는 세계 46위로 역시 선진국이다. 그런데 김영란법과 관련, 그 사정권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사람들이 수두룩하였다. 양상군자의 양심도 없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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